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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장르가 된 범죄실화물, 어떻게 소비하는 게 정답일까

[뉴스페퍼민트] (글: 권채령 뉴스페퍼민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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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권채령 뉴스페퍼민트 에디터)
 
뉴스페퍼민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간의 잔혹함과 끔찍한 범죄, 그 어두운 세상의 단면을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은 역사가 깊습니다. 사형 등 형벌을 집행하는 것이 서민들의 엔터테인먼트였던 먼 과거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범죄와 범죄자를 조명한 콘텐츠는 늘 인기가 있었죠. 서구에서는 1889년부터 60여 년간 법정에서 경험한 사건을 에세이로 써서 발표한 스코틀랜드의 변호사 윌리엄 러피드를 현대 범죄실화(true crime) 장르의 아버지로 꼽습니다. 오늘날 범죄실화는 신문과 잡지, 도서와 TV, 라디오, 팟캐스트, 유튜브, 영화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하나의 장르입니다.


 

지난 8일 뉴욕타임스에는 이처럼 범람하는 범죄실화 장르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실렸습니다. 범죄 피해자 가족이 쓴 글이기 때문에 더욱 와닿습니다. 필자 애니 니콜의 언니 폴리는 열두 살 때였던 1993년, 자택에 침입한 범인에 의해 납치, 살해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평화로운 중산층 주택가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세간의 분노를 일으켰고, 많은 언론이 오랜 기간 집중적으로 다뤘죠. 필자는 이러한 미디어의 행태가 선정적인 방식으로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사생활을 착취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실제 사건을 왜곡하는 등 2차 가해를 하기도 한다고 비판합니다. 나아가 중산층 백인 소녀 살해 사건과 같은, 잘 팔릴 만한 사건만 주목하면서 실제 범죄 취약계층이 겪는 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감아 상황이 더 악화하는 점도 지적하죠.

'범죄실화 장르'라는 용어가 익숙지 않더라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대부분 이 장르를 이미 접해보셨을 겁니다. 범죄 다큐멘터리나 범죄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드라마는 스트리밍 사이트 인기 콘텐츠 목록에서 늘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알고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 사전>, <궁금한 이야기 Y>, <용감한 형사들>, <실화 탐사대> 등 화제성 높은 TV 프로그램들도 조금씩 결이 다르지만, 모두 범죄실화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범죄실화 장르는 왜 이렇게 인기를 끄는 것일까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흉흉한 세상에서 범죄에 관심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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