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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가방 속 녹음기'…대법, "아동학대 증거 인정 못해"

<앵커>

부모가 아이 몰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말을 녹음했다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교사의 아동 학대 행위가 인정된다고 해도 몰래 녹음한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된 대화로 볼 수 없어 증거 능력이 없다고 본 겁니다.

하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8년 3월,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A 씨가 아동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전학 온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한 것 같다" 등의 말을 해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는 혐의였습니다.

이 같은 A 씨의 언행은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아이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두면서 발각됐습니다.

재판에서는 몰래 녹음된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현행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는 녹음하거나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정하고 있지만 1,2심 법원은 증거 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수업 내용은 공개된 대화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1심 법원은 교사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 법원도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라 공개된 대화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증거 능력이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판단했을 뿐, 유·무죄를 최종 판단한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은 교사의 교실 내 발언을 몰래 녹음한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로, 쟁점이 비슷한 다른 아동 학대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걸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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