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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외계+인', 실패작 아니다?…2부는 부진 딛고 흥행할 수 있을까

[주즐레]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 회심의 카드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주즐레(수정)

2020년, 최동훈 감독의 신작에 관한 소문은 영화계 핫이슈였다.

배우들은 통상적으로 캐스팅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건네받지만 최동훈의 신작의 경우 제작사 사무실에 가야만 시나리오를 읽을 수 있었다. 보안 때문이었다. 최동훈의 신작은 시나리오 내용은 물론이고 제목조차 극비인 프로젝트였다. '도대체 무슨 영화를 만들길래 이리 유난을 떨까'라는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 해 3월경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 초호화 캐스팅이 꾸려졌고, '외계+인'이라는 제목이 공개됐다. 그리고 '신과 함께' 시리즈 이후 또 한 번의 1,2부 동시 제작이 이뤄졌다. 700억대의 제작비에 촬영에만 1년 이상 소요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2022년 여름 시장에 베일을 벗은 '외계+인' 1부는 평단과 관객의 혹평 속에 154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스프 주즐레 외계인

SF와 무협을 버무린 복합장르에 고려와 현대를 오가는 방대한 세계관, 2부를 위한 미리 보기 같은 분절된 서사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 탓이었다. 손익분기점이 700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재앙에 가까운 결과였다.

2004년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해 '타짜', '도둑들', '암살'까지 단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 없던 최동훈 감독의 유일한 실패였다. 이 영화의 부진이 뼈아픈 것은 1부의 내상이 2부로 이어질 여지가 컸기 때문이었다.

절치부심. 최동훈 감독은 이후 꼬박 1년의 시간을 2부 편집에 쏟았다. 이 과정에서 1회 차의 재촬영까지 이뤄졌다. 편집 기간 총 387일, 총 52까지의 편집 버전 중 현재의 버전을 채택했다.

'외계+인' 2부는 1부의 부진을 딛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판 어벤져스'의 뼈아픈 실패…시공간과 장르의 혼종

스프 주즐레 외계인

'외계+인' 시리즈는 외계인과 도사, 신선이 현대와 고려를 오가며 신검 쟁탈전을 벌인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영화는 장르적으론 SF고, 이야기적으로는 타임 슬립물이다. 여기에 고려와 현대를 오가는 도사 무륵(류준열)의 존재는 한국형 히어로를 표방하는 듯했다. 때문에 '외계+인'은 '한국판 어벤져스'라 불리기도 했다.

2022년 개봉한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영화 말미 무륵(류준열)의 몸속에 있는 이상한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며 1부의 문을 닫았다.

2부는 무륵의 비밀은 물론 1부에 흩뿌려놓았던 떡밥들이 회수된다. 고려 파트에 비해 정리가 되지 않아 난잡하게 보였던 현대 부분의 이야기와 인물들 역시 2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기여를 한다. 또한 외계인과 도사의 신검쟁탈전을 넘어 외계물질 '하바' 폭발이라는 지구 절체정명의 위기까지 추가돼 클라이맥스의 속도감과 스펙터클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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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인 '외계+인' 2부는 '1부를 보지 않은 관객이 봐도 상관없을까'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1부를 본 관객이 전국 150만 명밖에 되지 않은 데다 대부분 2년 전의 어렴풋한 기억만 가지고 있다. 2부는 1부를 못 본 다수의 관객을 위한 길라잡이 구간을 마련했다. 영화 초입에 이안을 연기한 김태리의 1부 요약이 내레이션을 통해 약 5분간 펼쳐진다.

최동훈 감독은 2부 촬영본을 150번 이상 보며 52가지 버전의 편집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2부 편집의 주안점은 몰입이었다.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템포를 찾을까'를 내내 고민했다. 1부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가 확장되다 어느 순간 확 주둥이를 닫는 느낌이었다면, 2부를 확장이 되다가 깔때기로 좁혀 들어가는 구조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목표와 지향은 제대로 잡았다. 시리즈물에서 1편이 실패했다는 건 관객이 감독과 배우가 만든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했고, '매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객들은 "외계인이 자신들의 죄수를 인간에 뇌에 가뒀다"는 설정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죄수가 탈옥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시공간의 난장에 빠져들지 못했다.

서울 도심에 나타난 외계 우주선, 고려와 현대로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신검의 이미지 역시 새롭게 여기지 않았다. SF와 무협을 결합한 한국형 히어로 무비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영화 속 이미지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홍콩 무협물의 기시감이 들게 할 뿐이었다.

1부 떡밥은 회수...전편의 업그레이드지만 단점도 계승

스프 주즐레 외계인

2부는 1부에 뿌려놓았던 이야기의 떡밥을 회수하고 확장된 사건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1부와 비교해 진일보한 결과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의 뿌리에서 파생된 이야기인 데다 동시 제작 시스템 안에서 애초의 흐름을 벗어난 결과물을 얻기는 쉽지 않다. 2부가 관객을 '몰입'시키고, '매료'시킨 작품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무엇보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정신없는 전개에 늘 들떠있는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고려시대 파트는 주성치의 '쿵푸허슬'이나 '서유항마전'을 보는 것처럼 코믹 터치가 전편보다 더 강화됐다. 오락적 요소를 강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도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1부를 보지 않았거나 1부를 낯설게 봤던 관객들에겐 여전히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스프 주즐레 외계인

감독과 배우들은 관객을 이야기에 태워 엔딩까지 데려가야 하지만 자신들만의 세계에 몰두해 폭주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빠른 전개로 쉴 새 없이 몰아붙여 지루할 틈은 없지만 이것은 '몰입'과는 거리가 있다. 후반부 무륵과 이안의 관계에서 밝혀지는 비밀은 엄청난 반전이지만, 극적 효과가 크지 않다.

또한 영화 후반부 민개인(이하늬)과 흑설(염정아), 청운(조우진), 무륵(류준열), 썬더(김대명)가 탈옥한 외계인들과 싸우는 장면은 2부의 하이라이트지만 예상한 만큼의 스펙터클에 도달하지 못한다.

외계인과 도사, 신선이라는 각기 따른 장기를 가진 캐릭터들의 액션 디자인도 뚜렷한 개성으로 설계됐다고 보긴 어렵다. 슬로모션의 남발도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옛날 스타일이다.

스프 주즐레 외계인

'외계+인' 시리즈가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돌연변이 같은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최동훈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강탈하거나 훔치는 하이스트 무비에 장기를 보여왔고, 시대가 고려일 뿐 '외계+인' 역시 외계인과 도사들이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속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여기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향연, 찰진 대사를 내세워 관객에게 쉴 틈 없이 볼거리를 선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다루는 시대와 공간이 방대하고 인물들이 넘쳐나는 만큼 충분한 빌드업이 필요했다. 마블 히어로물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 방대한 세계관과 낯선 캐릭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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