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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나쁜아빠들' 드러내려 했지만 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더 스피커]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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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글로리>와 <모범택시2>가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문동은이 오랜 시간 치밀하게 준비해 가해자 박연진에게 직접 복수하고, 힘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부탁을 받아 무지개운수 멤버들이 대신 가해자들을 응징하며 단죄하는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법과 제도의 도움을 단 한 톨도 받지 못한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를 이어갑니다. 모두 ‘사적 제재’입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었을까요. 현실에서의 사적제재는 성공을 논하기도 전에 실행 단계에서 가로막혔습니다. 지난 4일, 대법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혼 뒤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부는 구 씨가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 신상을 공개한 구 씨의 활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습니다. 수원고법은 “해당 공개행위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명예가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보여 ‘공공의 이익’보다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비방할 목적’에 무게를 두고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배드파더스’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미 2년 전에 폐쇄된 사이트였긴 하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사적 제재는 기대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애초에 이혼 후 자녀들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 법이 제 역할을 했다면 개설조차 안 됐을 사이트입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빈틈이 생겼고, 이 공백을 메워왔던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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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고 유예’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눈앞이 캄캄하죠. 사이트 운영자들은 모두 멘붕입니다. 본인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자발적으로 도운 건데, 도왔다고 선고유예가 되고 유죄가 된다고 하면 활동을 하고 싶겠습니까? 분노를 느낍니다.” 

- 어떤 부분에서 특히 분노를 느끼셨나요?

“저도 무책임하고 나쁜 부모라도 그 사람들의 명예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생존권과 무책임한 부모의 명예, 두 가지가 충돌할 때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하느냐’는 명확한 거 아닌가요? 거꾸로 법이 나쁜 부모의 명예를 보호하는 쪽으로 가는 세상은 잘못된 거 아닙니까?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분노가 큽니다.” 

학원을 운영하던 구 씨는 한국인과 필리핀 사이에서 낳은 아이, ‘코피노’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뒤 양육비 미지급자를 돕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코피노 양육비 해결을 돕던 그는 한국에서도 자발적으로 양육비 미지급자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임감도, 휴머니즘도, 사명감도 아니라는 구 씨는 그저 양육비가 없어서 아이들이 굶는 게 안타까운 마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한 배드파더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 배드파더스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정말 그만두려고 했던 적이 많아요. 제가 배드파더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특별한 건 없고요, 제가 필리핀에서 특별한 지원 활동을 했잖아요. 그 활동하다가 연결된 거예요. 저도 딸만 둘입니다. 딸만 둘인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도 양육비 피해자가 될 수 있잖아요. 피해가 생겼을 때 우리 딸들 어떻게 합니까?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 배드파더스의 신상공개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제보를 받고 검토한 뒤 당사자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신상공개를 하겠다고 하면 대부분 답이 옵니다. 이의 제기를 하니까요. 본인이 안 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 못 준다고 하죠. 저희는 본인이 정말 형편이 안 좋아서 못 주는 건지 확인을 합니다. 기초수급자로 살고 있다든지, 단칸방에 살고 있다든지 등 절대 빈곤의 상태인지 자료를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럼 자료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양육자들이 상대방이 기초수급자고, 해봐야 양육비를 받을 수 없으면 소송까지 하겠습니까, 애초에?”

3년 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는 72.1%에 달합니다. 한부모 10명 가운데 7명은 양육비를 홀로 부담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은 양육비와 교육비가 가장 부담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021년, 배드파더스는 사이트를 자체적으로 폐쇄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명단 공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여가부가 신원을 공개한 양육비 미지급자는 100명도 되지 않습니다. 구 씨는 ‘얼굴 공개 없는 신상공개는 의미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당사자를 압박할 수 없다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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