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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먹이사슬 혼란…고래 사냥 나서고 있는 북극곰

<앵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북극에 먹잇감이 줄어들자, 북극곰들이 전에는 하지 않던 고래 사냥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후 위기가 생태계 먹이사슬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SBS 연속 보도, 오늘(9일)은 장세만 기후환경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캐나다 북동쪽 북극해 연안, 북극곰 1마리가 바다 한가운데 서서 먹잇감을 찾습니다.

노리는 것은 흰색 고래 벨루가, 오랜 세월 빙판 위에서 물개를 사냥했던 북극곰에게 고래 사냥은 서툴기만 합니다.

썰물이 빠질 때까지 연거푸 몸을 던져보지만, 매번 허탕입니다.

북극곰이 자신의 먹이사슬에 없던 벨루가 사냥에 나선 것은 10년 전부터 관측됐습니다.

[플랠트/캐나다 야생 가이드 : 북극곰의 벨루가 사냥을 처음 본 게 2016년이었다. 아주 복잡한 심경이었다. 곰과 벨루가 모두 사투를 벌였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사라지면서 얼음 위에서 쉬던 물개들이 자취를 감췄고, 먹잇감을 잃은 북극곰은 생존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무어/미국 해양포유류위원장 : 현재 북극 지역 얼음은 부피상으로 75%가 사라졌다. 그게 가장 큰 변화이고 기후 변화와 관련된 여파이다.]

이렇게 급격한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야생 생태에서의 먹이사슬 혼란, 북극과 같은 먼 나라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봄철 산란기를 맞아 우리나라 홍도를 찾는 괭이갈매기들에게도 10여 년 전부터 이상 신호가 켜졌습니다.

번식 시기가 열흘 넘게 앞당겨진 것입니다.

먹잇감인 멸치가 해수온 상승으로 회유 경로를 바꾼 탓으로 추정됩니다.

[권영수/국립공원연구원 연구위원 : (홍도) 주변에 수온이 현재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것에 맞춰서 번식 시작 시기가 빨라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문제는 이런 먹이사슬 혼란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호정/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멸종위기종이 늘어날수록) 농업 생산성이나 질병이나 혹은 우리가 자연에서 얻는 자연 자원들이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피해 때문에 결국 사람들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야생 생태계가 보내오는 기후 변화의 위험 신호들.

이 시그널에 제때 응답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게 온전한 지구를 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영상제공 : SBS 다큐 '고래와 나', 영상취재 : 한일상·김학모, 영상편집 : 김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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