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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감성'이 표절의 산물?…"람스 디자인의 현대적 계승"

추억의 아이팟 1세대 기억하시나요?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죠.

70년 전인 1950년대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구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미니멀한 레이아웃에 모서리를 감싼 완만한 곡선이 만드는 안정적인 그립감까지 스티븐잡스가 '천만금을 주고도 바꾸지 않을 사람'이라 침이 마르게 칭찬한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제품 아이팟인데요.

화려한 색감과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버렸던 이 아이팟은 동시대 경쟁 기업의 mp3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더 작고 깨끗하고 직관적으로 디자인됐습니다.

그야말로 애플 감성의 기념비적인 제품이라 말할 수 있죠.

그런데 이 현대적인 애플 감성이 실은 1950년대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스피커, 혹은 디스플레이 그리고 조작버튼 용도에 따라 구조가 분리돼 보일 수 있도록 간결한 형식을 지녔다는 점에서 아이팟과 똑 닮은 이 제품 1958년에 출시된 브라운사의 플라스틱 소형 라디오 포켓 리시버 T3입니다.

2012년에 공개된 IOS용 팟캐스트 앱도 브라운사의 테이프 레코더를 그대로 옮겼다는 이야기도 있죠, 물론 이야기일 뿐이지만요.

이외에도 애플과 브라운사의 디자인 유사성을 보여주는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실제로 2001년 애플이 아이팟 1세대를 처음 출시했을 때 곳곳에서 표절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21세기 전자제품 시장에 한 획을 그은 '애플 감성'이 정말 표절의 산물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무려 70여 년 전에 만들어졌음에도 우아함을 뽐내는 이 디자인의 주인은 브라운사의 수석디자이너였던 산업디자이너 디터람스인데요.

람스와 아이브의 작품을 비교해 보면 디자인, 재료, 간결한 색상처럼 미적인 것 외에 더 본질적인 것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기능주의 디자인 철학이죠.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제품의 기능 자체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아름답기까지 한 디자인을 말합니다.

오늘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모든 종류의 디자인은 대부분 람스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말해도 과장은 아닌데요.

이 때문에 아이브가 람스의 디자인을 표절했다기보다 현대적으로 계승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 자신의 디자인과 똑 닮은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는데 람스는 불쾌하지 않았을까요?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 간 진흙탕 싸움, 법적 분쟁은 없었습니다.

아이브는 애플과 기나긴 인연을 뒤로하고 지난 19년 애플파크 디자인을 마지막으로 퇴사했는데요.

퇴사한 이후에도 약 3년간 애플과 컨설팅 계약을 맺어 디자인 협력을 해왔지만 작년 7월 이마저도 종료돼 애플과 완전히 이별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8일 아이폰과 애플워치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주요 임원이 다가올 2월 사임을 결정하면서 앞으로 애플의 디자인 전략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인데요.

애플은 다시 한번 세상을 바꿀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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