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똑딱이 타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은

[야구數다]

야구수다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미국 매체의 전망은 거의 비슷하다. 삼진을 좀처럼 당하지 않고, 높은 타율을 기록할 거라는 예측이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파르한 자이디 사장이 이정후의 입단식에서 한 발언을 다시 보자.

"이번 오프시즌에서 우리 팀의 목표 중 하나는 콘택트 능력 향상입니다. 그건 메이저리그 업계 전체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이번 오프시즌에서 영입할 수 있는 선수들 중에, 이정후만큼 이 목표에 안성맞춤인 선수는 없습니다."

앞선 글(▶ 최고의 콘택트 히터이자 최고의 장타자라는 '형용모순' 이정후)을 비롯해 여러 차례 소개한 것처럼, 이정후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콘택트 히터일 가능성이 높다. 특정 리그에서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타자는, 다른 리그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여기 또 하나의 증거를 소개한다.

삼진 비율은 가장 적은 '표본 크기'로도 의미를 갖게 되는 기록으로 유명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타자의 삼진 비율이 '안정되는' 즉 의미를 갖게 되는 표본 크기는 '70타석'으로 계산된다. 즉 특정 타자가 첫 70타석에서 기록한 삼진 비율은, 이후에도 비슷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첫 70타석의 '삼진왕'은 이후에도 '삼진왕'이라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삼진 비율이 안정화되는 표본 크기는 메이저리그보다는 조금 크지만, 100타석이면 충분하다는 게 필자의 추정이다.

수학에서 '상관계수'는 서로 다른 두 변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절댓값이 1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밀접하고, 0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없다. 가령 한 나라의 출산율과 인구증가율의 상관계수는 1에 가깝고, 출산율과 프로야구 경기당 득점의 상관계수는 0에 가깝다. 조금 더 현실적인 예를 들어보자. 낙천적인 사람은 비관적인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즉 '낙관성'과 '행복감'이 연관돼 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최종안 박사팀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낙관성'과 '안녕감'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상관계수가 0.55~0.59 사이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 관련 기사 보기)

2019년 이후 KBO리그에서 100타석, 그리고 직전 혹은 직후 시즌에 메이저리그에서 7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는 (필자의 셈으로는) 17명이다. 이들이 KBO리그에서 기록한 삼진 비율과,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삼진 비율의 상관 계수는 0.80에 달한다. 쉽게 말해 미국에서 삼진을 많이 당한 타자는 한국에서도 많이 당하고, 한국에서 삼진을 잘 안 당하던 타자는 미국에 가서도 마찬가지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말이다.

스프 야구수다
17명 중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가장 낮은 삼진 비율을 기록한 선수는 호세 페르난데스(전 두산)다. 페르난데스가 한국에 오기 직전인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123타석에 들어서 당한 삼진은 겨우 15개. 삼진 비율 12.2%에 불과했다. 그해 빅리그에서 12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424명 가운데 23번째로 낮았다. 즉 '삼진 피하기' 능력이 '빅리그 최상위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한국에서도 삼진을 안 당했다. 2019년 KBO리그 데뷔시즌에 삼진 비율 8.4%로 위 표에 등장한 타자들 중 가장 낮았고, 그해 리그 전체에서 6번째로 낮았다.

그런데 지난해 이정후가 기록한 삼진 비율은, 2019년의 페르난데스보다도 꽤 낮은 5.9%에 불과하다. 이정후는 페르난데스와 함께 KBO리그에서 뛰었던 4시즌 동안 삼진 비율이 항상 페르난데스보다 낮았다. 이정후의 '삼진 피하기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위권일 거라는 추정의 또 다른 근거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