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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미국, 20년 만에 '1위' 복귀…무역 구조 지각 변동 중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어려웠던 우리 경제가 올해는 어떻게 될지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최근에 많이 변하고 있는데 미국으로 수출하는 규모가 20년 만에 중국으로 수출하는 규모를 추월했다고요.

<기자>

2003년 6월 이후로 처음입니다.

지금 보시는 표에서처럼 미국으로의 수출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하게 늘어 왔고요.

중국으로의 수출은 2022년 하반기 이후로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지난달에 결국 보시는 것처럼 역전됐습니다.

지난해 연간 전체로 보면 여전히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4% 포인트, 약간 더 크기는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연 단위로도 역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으로의 수출 어디에서 이렇게 꾸준히 늘었느냐, 지난해 반도체가 어려웠던 대신에 한국 수출을 책임진 자동차가 가장 눈에 띕니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 11월까지 물량만 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17만 3천 대 수준이고요.

액수로도 1년 전보다 44.2%나 급증했습니다.

많이 팔렸을 뿐만 아니라 비싼 차가 잘 팔렸습니다.

한국차는 해외에서 싼 맛에 탄다더라, 가성비로 탄다더라, 이런 얘기를 이제 막 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지난해 수출된 한국 자동차의 대당 수출 단가, 평균 2천560만 원 정도입니다.

5년 사이에 무려 53%나 비싸진 겁니다.

최근에 원화가 달러에 비해서 저렴해지면서 우리나라 비싼 차들이 미국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영향도 있지만요, 지난 5년간의 환율 상승률보다 수출 차량 단가 상승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전기차나 SUV처럼 비싼 차들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들에만 보조금을 주는 법까지 시행하고 있는데요.

한국차는 리스 전기차들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틈새를 뚫어서 지난해에 오히려 영역을 더 넓혔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21년 만에 다시 한국이 가장 무역수지 흑자를 크게 내는 나라로 복귀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대미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중국에 대한 적자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네요.

<기자>

이 표를 보시면 확연하게 보입니다.

2년 연속해서 대중 수출이 줄어들면서 그나마 2022년까지는 중국에 대해서 가까스로 유지하던 흑자가 막대한 규모의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180억 달러 규모입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우리가 적자를 본다? 수교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과 세계의 경기 부진입니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만드는 중간재, 고급 부품을 많이 수입합니다.

한국에서 좋은 부품들을 수입해다가 중국에서 다른 것들과 조립해서 완성해서 해외로 파는 이 구조가 우리에게는 지난 20년간 익숙한 구조였고요.

이 구조 안에서 중국 경제가 쑥쑥 커지면서 한국 경제도 쑥쑥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과 세계가 함께 부진합니다.

돈을 잘 쓰는 곳이 많지가 않고 중국산 제품을 사 갈 수요가 줄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두 번째, 전에는 한국에서 수입하던 고급 부품들을 이제 중국에서도 만든다는 겁니다.

중국의 제조업이 예전보다 발달했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부분이 커졌다고 무역협회도 진단했습니다.

중국이 요즘 수요가 부진해서 수입을 활발히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6.3% 수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는 게 그 단적인 거입니다.

또 중요한 세 번째, 미중 무역갈등입니다.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전 같으면 중국에 세워졌을 공장, 중국에서 이루어졌을 공정이 인도, 베트남 그리고 미국으로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 중간재를 수입해 갈 일이 더욱 줄어드는 겁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상당히 강력한 파워를 가졌다, 다시 세계 패권을 분명히 장악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고요. (미국이) 제조업 패권마저도 좀 가져가는 그림이 사실은 지금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는 어떨까요. 지난 20년 동안 익숙했던 대중 수출 중심의 경제에서 우리가 점점 더 벗어나게 될까요.

<기자>

특히 미중 갈등이 지금처럼 유지되는 한, 중국의 빠른 회복이나 국제 정세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원활한 교역은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항상 돌아오게 되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중국보다 계속 우리가 앞서나가면서 중국 아닌 다른 나라들과 좀 더 활발히 교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맨 앞에 보셨던 것처럼 대미 수출이 늘어난 폭보다 대중 수출이 급감한 폭이 아직은 훨씬 큽니다.

그게 지난해 우리나라가 고전한 이유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이만큼을 다른 곳에서 메우려면 앞으로 본격적인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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