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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질문할 수 있으려면?《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북적북적]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질문할 수 있으려면?《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406: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질문할 수 있으려면?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먼저 양파에게 물었더니 진득하게 볶아 캐러멜화를 시켜 단맛을 뽐내고 싶다고 답했다. 딸기는 어차피 생으로 먹는 과일이니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손질법이 최고라고 했다. 식초나 감칠맛 조미료는 종류와 맛의 특성, 쓰임새 등을 두루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2023년이 다 지나갔습니다. 이 녹음이 올라가는 일요일은 이 해의 마지막날입니다. 여러분의 올 한 해는 어떠셨나요?

저의 연말은 상황만 보면 좋지 않았습니다. 11월은, 길고 길었던 코로나 기간에도 한 번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에 마침내 걸리면서 줄줄이 가족 내 연쇄 감염으로 이어졌고 꽤 아팠으며 자잘한 여파도 있었습니다. 12월 들어서는 부주의 탓에 작은 부상을 당하면서 12월 내내 깁스를 한 채로 다녀야 했습니다. 이렇게 불편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새해가 임박하니 올해도 그럭저럭 괜찮지 않았나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드디어 새해가 왔습니다.

올해 마지막으로 읽을 책으로 고른 건 음식, 더 정확히는 식재료에 관한 책입니다. '한식의 품격', '외식의 품격', '냉면의 품격' 등을 쓴 이용재 음식 평론가의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이 또한 품격 있는 책입니다.

난데없이 웬 식재료에 대한 책이냐 하실 수도 있겠으나 그동안 북적북적 들어오신 분들은 제가 음식과 여행에 관한 책을 꽤 많이 읽어왔다는 걸 기억하실 겁니다. 늘 관심은 갖고 있으나 거기에 쏟는 정성과 노력이 이런저런 이유로 부족합니다. 스스로를 규정하면 '식탐인'쯤 되는 듯합니다. 코로나로 대외 활동이 위축됐던 2020년엔 생선과 다른 해산물을 배달시켜 직접 회를 떠보기도 하면서 약간 재미를 느꼈고 연수를 갔던 2021년엔 하루 한끼 이상을 요리해 먹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실은 꽤 적성에도 맞는 듯해 식재료와 조리기구를 다뤄보고 역시 나름의 묘미를 맛봤습니다. 지금은 그때 했던 걸 종종 반복하면서 내가 먹기엔 그럭저럭 괜찮으나 남에게 보여주거나 대접하긴 부끄러운 수준으로 음식을 만들곤 합니다.

이 책은 '본격 식재료 에세이'라는 설명을 달고 있습니다. 향신료와 필수요소, 채소, 육류와 해산물, 과일, 달걀과 유제품류, 곡물, 알아두면 좋을 식재료 이야기, 이런 제목을 가진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까지 보면 이게 무슨 식재료 사전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에세이면서 식재료에 대한 정보와 바로 활용 가능한 레시피까지 담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삶은 달걀이다. 냄비에 달걀을 담고 찬물을 잠길 만큼 붓는다. 불에 올려 물이 끓자마자 끄고 그대로 뚜껑을 덮은 채로 6분 30초 정도 두었다가 찬물에 식힌다. 달걀흰자는 야들야들하고 달걀노른자는 보들보들해 절대 목이 메지 않는다. 다만 여름철이면 닭이 힘들어 흰자가 묽을 수 있으므로 30초~1분 정도 더 삶는다. 요약하면 물이 끓으면 불을 끈 뒤 그대로 6~7분이다. 냄비의 뜨거운 물을 싱크대에 버리고 찬물을 부어 식히면서 달걀을 가볍게 뒤적여준다. 껍데기에 자잘한 금이 가 벗기기가 한결 쉽다."
 
"'귀리'라고 부르면 왠지 촌스럽고 '오트밀'이라 일컬으면 그럴싸하다. 전자는 그냥 보리처럼 밥이나 지어 먹어야 할 것 같고 후자는 바쁜 현대인의 아침에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가득 채워줄 슈퍼 푸드 같다. 귀리와 오트밀의 간극이 그렇다. 이게 다 귀리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아침 식사의 주메뉴 가운데 하나로 정착시킨 서양의 잘못이다.

블루베리, 등푸른생선 등과 더불어 슈퍼푸드에 속하는 식재료를 아침에 먹을 수 있다니! 아름답게 들리지만 아침 식사용 귀리 가공품의 세계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맛과 질감이 가난했던 시절의 풀죽이나 동물의 사료에 가깝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맛없음을 참고 귀리를 먹어왔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작가는 이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적었습니다.
"음식과 요리에서 기초란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중요하다. 따라서 기초를 최대한 다듬어 담은 이 책이 연령대나 조리의 숙련도를 크게 타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조리에 막 관심을 가져보려는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것이며, 익숙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요령을 보충해 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나는 이 책이 특히 생존의 차원에서 조리에 관심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닿기를 희망한다."

북적북적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도 여럿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새해에는 생존의 차원에도 식재료와 조리법, 요리, 그리고 음식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조금 더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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