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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한파 교수는 개선된 한일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까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인터뷰

[취재파일] 지한파 교수는 개선된 한일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습니다. 한일 정상이 셔틀외교를 복원하면서 올해에만 한일 정상회담이 7번 열렸습니다. 한일 고위 경제협의회 등 오랜 시간 중단됐던 양국 각종 협의체 역시 가동됐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던 한일 관계가 점차 개선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7번이나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와 관련한 일본 측의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국회의원들은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고, 일본의 한 시의원은 한국을 향해 '구걸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집단'이라며 망언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 모멘텀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우려 속, 한일 관계 전문가인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를 만나 한일 관계의 과제와 미래를 짚어봤습니다. 도쿄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다다시 교수는 졸업 후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법적인 문제는 이미 해결됐지만 도의적 문제 남아 있어"

일본 내에서 지한파로 분류되는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지난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을 양국 정부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적인 문제는 해당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두 정부가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다다시 교수는 '도의적인 문제는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청구권에 관한 협정(한·일 청구권협정)>
제1조) 일본은 한국에 10년 동안 3억 달러를 무상 제공하고, 2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한다.
제2조) 양국의 모든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Q. 일본의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는 한국 내 여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법적인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서 해결됐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해당 협정으로 해결되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에 입장이 다르지만, 법적인 부분은 한일 두 정부가 존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모든 사안을 법적인 문제로 볼 순 없고, 도의적인 문제는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65년 협정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못 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다다시 교수는 한국의 거듭되는 사과 요구에 일본 내에선 '피로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 차원에서 사과했던 담화를 언급했습니다. 위안부의 강제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 식민 지배와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을 담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일본이 여러 차례 사과한 사실 자체는 맞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사과들을 받아들이는 사람, 즉 위안부 피해자 등이 받아들이지 못 했다는 점은 일본 역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협의하면서 여러 가지 사과라든가, 사과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왔습니다. 일본이 전혀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보는 한국인도 많은데, (피해자에게) 직접 안 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일본이) 사과를 전혀 안 했다고 보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일본이 아무런 사과도 안 했다는 취지로 얘기하면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나?' 하는 의문이 나옵니다. 일본 내에서는 '너무 사죄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사죄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본 대사가 직접 위안부 피해자들 손을 잡고 미안했다고 한다거나,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을 일본 정부에 엄중히 전달하겠다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일본이 저자세로 사과할 필요는 없다'는 반대 여론 역시 있습니다." - 다다시 교수

위안부 피해자 소송

"한국·일본, 각각 북한과 대화 재개해야"

다다시 교수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한일·한미일 관계가 협력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술핵 사용을 공식화한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을 노리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한미일 3국이 함께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억제 정책만으로는 북한의 계속되는 공격과 도발을 막을 수 없다'며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일본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한국은 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에 대한 억제도 중요하지만, 억제만으로 북한의 도발을 막아내긴 어렵다고 봅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억제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reassurance 즉, 안심시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받고 있는 위협이 줄어드는 걸 북한 스스로가 체감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합니다. 일본으로서는 북일 협상을 통해서 일본이 북한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줘야 합니다. 한국 역시 부분적으로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다다시 교수

다다시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9·19 군사합의를 부분 효력 정지한 데 대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냐'며 의문을 표했습니다. 지난 11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국방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하고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복원하기로 했는데, 한국 역시 위성 발사를 한 적이 있어 '이중잣대'라고 평가했습니다. 위성 발사만으로 남북 합의를 효력 정지하는 건 과하다는 겁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면 9·19 군사합의를 효력 정지해야 한다고 보지만, 한국도 인공위성을 발사하지 않았습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하는 건 괜찮은데 북한이 하는 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중잣대로 보여집니다." - 다다시 교수

북한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다다시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일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 정부는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지면 윤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전된 한일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선 '한국 국민들이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이점을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개선된 한일 관계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것. 정부에게는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의 '한일기자단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본 도쿄, 히로시마 등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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