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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씨네멘터리] '이순신 삼부작'의 대미 '노량: 죽음의 바다' · '사랑은 낙엽을 타고' · '리빙: 어떤 인생'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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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노량', 전편보다 복잡한 서사 속 극적인 재미·대규모 해상 전투신 돋보여"
"'사랑은 낙엽을 타고' 가난한 노동자 연인의 솔직한 사랑법 그린 영화"
"'리빙: 어떤 인생', 평범한 시청 공무원의 시한부 판정 이후 삶 그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라이브 방송이라 아래 기사 내용과 동영상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2023년 마지막 주 금요일 박스오피스 순위 보시겠습니다. “노량:죽음의 바다”가 개봉 이후 줄곧 1위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만 관객을 넘긴 “서울의 봄”도 뒷심을 잃지 않아서 일일 관객 수에서 노량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올 연말은 이순신과 이태신의 시즌인 것 같습니다. DC확장유니버스의 마지막 영화 “아쿠아맨”이 3위에 올랐구요, 4위 “짱구는 못말려”에 이어 드림웍스의 “트롤:밴드 투게더”가 5위를 기록 중입니다.

6위부터 10위까지 보시죠. “뽀로로”, “옥토넷”, “도티와 영원의 탑” 등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순위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가운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 “오퍼스”가 7위와 9위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Q. 오늘은 소개해주실 첫 번째 영화는 ‘노량:죽음의 바다’군요. 이 시리즈는 꽤 오래된 거 같은데 이번이 세 번째 영화죠?

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장군 삼부작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거의 10년 전인 2014년 1천7백만 명을 동원해 관객 수로만 보면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있는 “명량”이 첫 번째 영화였구요, 지난해 여름 개봉했던  “한산:용의 출현”이 두 번째,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그린 이번 작품 “노량:죽음의 바다”가 마지막 영화입니다.

Q. 그런데 원래 역사적 발생 순서대로라면 명량해전보다는 한산대첩이 먼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한산대첩이 먼저고, 5년 뒤 정유재란 때 명량 해전이 있었죠. 그리고 그 일년 뒤에 노량대첩이 있습니다. 그런데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장군 트릴로지는 13척 배로 왜군 배 133척을 물리친 기적같은 승리인 명량 해전을 1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명량” 이후에 한동안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한산”이 개봉을 했는데요, 사실 “한산”과 “노량”은 비슷한 시기에 연이어 촬영을 해서 지난해 “한산”이 개봉할 때쯤엔 이미 촬영을 거의 마무리하고 일년 여동안 후반 작업을 해서 이달에 개봉을 했습니다. 김한민 감독 얘기 들어보시죠.

김한민 감독: 그 시대가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그 시대에 엄청나게 입체적인 인물들이 같이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순신의 명량도 단순히 명량으로 이 영화를 끝내서는 절대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요. 그래서 이제 한산과 노량을 같이 하면서 거기에서 좀 더 다른 어떤 입체적인 모습의 이순신을, 또는 다른 어떤 본질적인 모습의 이순신을 좀 보여드려야 되겠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Q. 이 시리즈는 사실 누가 이순신 장군 역을 맡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 중에 하나죠. “명량”에서는 최민식 배우가 했었고, “한산”에서는 조금 의외다 싶게 박해일 배우가 했었는데 이번에는 누가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습니까?

역시 연기 잘 하는 중견 배우죠, 김윤석 씨가 충무공 역할을 맡았습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삼부작은 프랜차이즈 영화인 것 같으면서도 그런 인상이 비교적 덜한 게 이순신 장군 역의 주연 배우가 계속 바뀌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김윤석 배우는 “남한산성”, “1987”, “모가디슈”같은 역사물이나 시대물에서 이미 선 굵은 역할들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는데요, 김윤석 배우 인터뷰 듣고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김윤석 배우: 이순신 장군님의 배역이 본인에게 왔다는 건 굉장한 영광이고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아시다시피 이게 장군님의 존재는 우리 우리 민족에게는 진짜 횃불 같은 분이기 때문에 '과연 내가 그 모습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갈등이 없을 수가 없거든요. 노량을 준비하는 장군님의 마음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이 7년 전쟁의 끝에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되는가

그런데 “노량”에서의 이순신 장군은 왜군과 일대일로 싸우던 전편들과 달리 조선·명나라 연합군의 조선 측 대장입니다. “노량”에는 명나라 해군의 우두머리인 진린이라는 장수도 나오기 때문에, 서사가 전편들에 비해서는 다소 복잡한 측면이 있죠. 하지만 그만큼 극적인 재미가 생기는 부분도 있습니다.

Q. “서울의 봄”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역사가 스포일러인데 그래도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해주시죠.

영화 초반은 일단 일본의 국내 정치상황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서 철군하라는 명령을 남기고 죽습니다. 그래서 왜군은 빨리 조선을 뜨고 싶은데, 이순신 장군은 7년이나 한반도를 유린한 그들을 그대로 보내주지 않기로 합니다.

그런데 조선의 요청으로 참전한 명나라 군대가 문제입니다. 이들은 남의 나라에 와서 전쟁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왜군이 돌아가겠다는데 괜히 전투를 벌여봤자 병사들만 희생당하니까 그냥 보내주자고 하면서 비협조적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굳은 결심과 설득에 결국 왜군과 한밤중부터 새벽까지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되고 전투에서는 대승을 거두나 이순신 장군은 적의 총탄에 맞고 “싸움이 급하니 내 죽음을 내지 마라”고 유명한 한마디를 남기고 전사합니다.

Q. 제작비도 많이 들고 스케일도 큰 영화같은데 볼만한가요?

솔직히 이순신 장군을 다룬 이 영화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기가 참 어려운 게, ‘이 영화 별로다’라고 하면 안될 것 같은 압박감 같은 게 좀 있거든요.

일단 이 정도 규모의 전투씬, 그것도 한밤 중에 벌어진 해전을 실감나게 구현하기는 그것을 CG로 하든 특수 효과로 하든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한민 감독은 실제로 물에서 찍었던 “명량” 때부터, 공터에 대규모 세트를 지어놓고 짐벌에 판옥선을 얹어 작동시키면서 실사 촬영을 하고 CG를 동원해 후반 작업을 하면서 제작한 “한산”까지, 지난 10년 간 쌓은 영화 제작 노하우를 “노량”에 집약해놓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에서 대규모 해상 전투신을 이 영화보다 잘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영화관에 가서 직접 확인해볼만 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CG는 어디까지나 CG다,라는 점 또한 감안하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 초반 한시간은 거의 당시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설명이거든요, 그게 너무 길다하는 관객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상영 시간 2시간 반에 이르는 이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엔딩으로 치달으면서 영화가 톤이 좀 달라집니다. 영상과 편집 모두 비장함과 감정이 다소 과잉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장군 트릴로지를 거의 십년이나 붙들고 있었잖습니까. 마지막 편인 “노량”에서 정말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털어내는구나 싶어서 이해는 갔습니다. 김한민 감독 얘기 직접 들어보시죠.

김한민 감독: 노량해전의 참혹한 난전의 한가운데 있는 이순신이었습니다.그래서 그 모습을 어떻게든 정말 잘 잡아야겠다. 그리고 저 모습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심지어는 서로 싸웠던 다른 지역의 그 사람들에게도 '저 모습은 아마 인간으로서의 갖는 굉장히 솔직하고 그리고 중요한 모습일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한 지점에 맥락을 두고 그 장면을 연출했던 것 같아요.

Q.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연말이잖아요. 한 해를 보내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두 편 준비했습니다. 둘 다 박스 오피스 20위권 안에 있는 영화인데요, 먼저 “사랑은 낙엽을 타고”라는 핀란드 영화입니다. 

원제는 “낙엽”인데요, 올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이고, 내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핀란드 출품작으로 예비 후보에 오른 영화입니다. 한국 출품작으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출품됐는데 아쉽게도 예비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입니다. 핀란드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잖아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노동자 계급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왔는데요, 6년 전에 선언했던 은퇴를 번복하고 이번에 “낙엽”이라는 로맨스 영화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Q. 그럼 이번 영화는 노동자 계급의 사랑을 다룬 영화인가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네요.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을 버리지 않고 챙겨 가다가 해고당한 안사와 작업장에서 몰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 홀라파는 우연히 펍에서 만나 서로 호감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얼마 후 우연히 첫 번째 데이트를 하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남자가 연락처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못만나다가 한참 뒤 극장 앞에서 마주칩니다. 여자는 남자를 집으로 초대해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저녁을 함께 하지만, 남자가 여자 몰래 외투 안주머니에서 술을 꺼내 마시다 여자에게 걸리고, 아버지와 오빠를 술로 잃은 여자가 뭐라고 하자 남자는 잔소리가 싫다며 집을  나와버립니다. 

그렇지만 외롭고 가난한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합니다. 특히 남자는 술을 끊고 두 사람은 재회를 약속했는데 여자를 만나러 가다가 그만 교통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줄거리를 들으면 재미있겠나? 싶으실지도 모르겠는데, 이 영화의 백미는 과묵하고 가난한 두 노동자 연인이 사랑을 주고 받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엄근진한 표정 속에서 냉소섞인 웃긴 대사를 주고 받는 이른바 데드팬 코미디 특유의 대사발입니다. 

예를 들면 남자가 커피 한잔 할까요? 라고 물으면 여자는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어요” 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펍에서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남자에게 술집 주인은 “집에 가야 내일 아침에 또 마시지”라고 말합니다. 또 할리우드 고전 영화에 나올 법한 고전적인 영상 기법과 음악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하는 영화입니다.

가난은 불편할뿐 사랑에는 방해가 될 수 없다는 점, 가난하고 외롭지만 사랑 앞에서 솔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바가 많은 영화였습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이 영화만큼 달달한 로맨스 영화는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다음 영화는 “리빙: 어떤 인생”이라는 영화네요. 

네,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표하는 영화죠, “러브 액츄얼리”로 잘 알려진 배우 빌 나이 주연의 영화인데요, 빌 나이는 이 영화에서의 호연으로 지난 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도 오른 바 있습니다. 얼굴 보면 바로 아실 겁니다.

“리빙:어떤 인생”은 영국, 일본 합작 영화인데요, 각본을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가 썼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태생은 일본이지만 영국에서 활동하는 영국 작가로 맨부커상과 노벨문학상,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영미권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Q. 그렇군요~ 노벨문학상 작가가 각본을 맡은 영화라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데요

빌 나이는 시청 공무원으로 평생 살았습니다. 일찍 아내를 보내고 홀로 아들을 키웠죠. 그런데 어느 날 살 날이 1년도 안남았다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언제부턴가 복지부동해온 그는 인생이 허무해지기 시작하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면서 술집도 가고 옷도 사고 젊은 여직원과 영화도 보러 가보지만, 허전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에 동네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자 민원이었지만 공무원들의 무성의와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놀이터 재생 사업을 제대로 해보리라 마음 먹습니다. 그의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는 그렇게 달라져 갑니다.  빌 나이 인터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빌 나이 배우: 죽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영화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최대한 잘 경험하고, 꾸리고, 만끽하며 누릴 것인지에 대한 영화죠.

사실 이 영화는 원작이 있습니다. 일본의 거장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2년작 “이키루”라는 영화인데요,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 1950년대 영국 런던에 맞추어 각색했습니다. 

이 영화는 1950년대 런던을 찍은 아카이브 필름을 초반에 자연스럽게 삽입했는데, 나머지 영화의 영상 톤도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지만 마치 필름 영화를 보는 듯한, 쨍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로 후반 작업을 해서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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