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스프레이로 경복궁을 훼손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만으로, 이미 언론에 경복궁 낙서 테러가 보도되고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선 뒤였습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이 팀장으로 알려진 A 씨는 지난 18일 오전 7시쯤 또 다른 10대 청소년에게 접근해 대구 지하철역에 스프레이 낙서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한 A 씨는 당초 10대 청소년에게 사는 곳을 물었고, 대구라고 대답하자 아무 지하철역이나 상관없다면서 새벽 시간대 지하철역 통로에 낙서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스크랑 모자 쓰고 하면 걸릴 일도 없다"고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청소년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실제 낙서 테러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A 씨는 지난 16일 새벽 임 모(17)군에게 경복궁 담장 등에 '영화 공짜', '000티비' 등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를 낙서하라고 지시한 인물로 자신이 사이트 운영자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임 군은 "이 팀장이라는 사람이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로 해당 낙서를 하면 300만 원을 주겠다'고 의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이후 A 씨의 지시대로 여자친구 B(16) 양과 함께 경복궁으로 이동해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텔레그램으로 실시간 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B 양은 임 군과 범행을 계획하고 동행은 했지만 직접 낙서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임 군에게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를 지시했는데, 임 군은 경비가 삼엄하다는 이유로 지시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후 경복궁 낙서 테러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A 씨는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임 군과 B 양은 범행 사흘만인 지난 19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한편 경찰은 A 씨가 자신을 소개한 대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의 운영자인지, 임 군이 착수금으로 받은 돈 10만 원을 지급한 계좌의 소유주가 맞는지 수사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