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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우고 벽돌로 막고…"365일 방화문 열려 있다"

<앵커>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사고는 유독가스가 계단을 통해 위 층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주민들은 닫혀 있어야 했던 방화문이 1년 내내 열려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가 점검해 봤더니 다른 아파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형래 기자입니다.

<기자>

불이 난 아파트 11층 계단에서 숨진 30대 남성.

1차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였습니다.

가족을 먼저 피신시킨 뒤 마지막으로 대피하려다 불이 난 3층에서 올라온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입니다.

연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문은 층마다 설치돼 있었습니다.

항상 닫혀 있어야 하지만 열려 있다 보니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파트 주민 : 항상 열려 있죠. 항상. 365일 열려 있어요. 관리실에서 '이거 닫아야 한다' 이렇게 조치도 취해주고 해야 하는데 365일 열려 있어요.]

서울 아파트들의 방화문을 점검해 봤습니다.

도봉구의 한 아파트.

방화문이 닫히지 않도록 문 앞에 자전거를 세워놨습니다.

계단까지 막고 있어 지나가기조차 어렵습니다.

영등포구의 다른 아파트, 3개 층을 내려오는 동안 닫혀 있는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방화문은 항상 닫아 놔야 한다는 문구도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문이 닫히지 않게 돌로 고정해 놓은 상황입니다.

[아파트 주민 : 대부분 열어 놔요, 다른 사람들이. 엘리베이터가 이쪽에 있으니까, 여기가 올라가 있으면 이쪽이 급하잖아요? 그러니까 열어 놔요.]

한 연구 결과, 2층에서 불이 났을 때 방화문이 열려 있으면 4분 만에 1층 출구까지 연기가 들어차 대피로의 시야가 차단됐지만, 방화문이 닫혀 있으면 10분 넘게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방화문이 닫혀 있지 않으면 어느 한 층에서 화재가 났을 때 모든 층으로 급속도로 유독가스와 화염이 번지기 때문에 개인 편의를 위해서 열어놓지 않도록….]

화재 피해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방화문부터 닫힌 상태로 유지하는 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강윤정·김정은, VJ : 김종갑·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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