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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미국 정치 제도에 경종을 울린 콜로라도 대법원의 판결

[뉴욕타임스 칼럼] The Colorado Ruling Is a Rebuke for the Ages, By Jesse Wegman

스프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시 웨그먼은 편집위원회의 일원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약 3년 전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반란을 사주했다. 선거에서 지고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거부한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트럼프가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트럼프는 여전히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있는 걸까? 지난 19일 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내린  판결은 이 질문에 대한 놀라운 답변이다. 법원은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133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수정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주 선거 투표용지에 후보로 이름을 올릴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헌법에 선서한 사람이 헌법을 파괴하는 반란 행위에 가담하거나 이를 도우면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테러는 미국 헌법을 파괴하고 국가를 전복하려는 반란 행위였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기에 가담했다는 지난달 주 법원 1심 재판부의  판결 일부를 인정해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법과 정치 제도 전반에 울린 커다란 경종이라 할 수 있다. 연방 대법원이 이 판결을 지지하든 그러지 않든 간에 앞으로 오랫동안 언급되고 인용될 것이다.

4:3으로 아슬아슬하게 갈린 판결의 판결문을 보면 마치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읽는 것 같다. 다수의견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법원은] 우리 앞에 놓인 질문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또한, 판결에 대한 여론의 반응에 휩쓸리지 않고, 그 어떤 두려움이나 호혜 없이 법이 우리에게 허락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법원의 엄숙한 책무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1심 재판부의 판결 가운데 일부를 뒤집었는데, 수정헌법 14조 3항에서 반란에 가담한 이가 맡을 수 없는 공직의 목록에 대통령이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트럼프가 콜로라도주 대통령 선거 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앞선 판결을 뒤집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선서를 어기며 반란에 가담한 자의 공직을 박탈하고, 그런 자는 주와 연방 정부 공직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미국 정부 직책을 맡을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여기에 가장 강력한 직책인 대통령이 빠져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해석해 대통령을 예외로 보는 건 상식적으로도, 3항의 역사적 해석에도 맞지 않는다.

논란의 14조 3항을 해석하는 데는 주의해야 할 점이 아주 많다.  다른 주 대법원들이 이미 비슷한 사안에 대해 트럼프의 후보 자격은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선 판결들로 인해 콜로라도주 대법원판결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소수의견을 쓴 대법관 3명이 지적한 1심 판결의 적법절차 문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반란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는데, 반란에 가담한 사람만 받는 처벌이나 제약을 받는 게 적법한지 물었다. 연방 대법원은 어떤 이유에서든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 판결의 근거로 든 것들 중에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되면 판결이 번복될 텐데, 연방 대법원이 1월 6일에 의사당에서 일어난 사건을 “반란”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고, 설사 그 사건이 반란이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판결할 수도 있다.

이 모든 논란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부각할 뿐이다. 양대 정당은 애초에 이런 문제가 전혀 없는 후보를 추대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공화당은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뽑기 직전이다. 이번에 트럼프가 다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 지난 8년 사이 세 번째 입후보다. 그리고 놀랄 만큼 많은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설사 반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더라도 그의 대통령 출마 자격에 문제를 제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반란 가담을 둘러싼 논란은  트럼프의 득표 전략에 쓰이고 있다. 반란마저 이러니, 4건의 형사 기소에서 제기된  91개 범죄 혐의나 법치를 대놓고 경멸하는 그의 태도는 더더욱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한 정부 기관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궁극적인 심판을 받더라도 그건 법원이 아니라 유권자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건 쉽다. 나도 그와 비슷한 견해를  칼럼에 쓴 적도 있다. 당장 2020년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의 분명한 다수가 트럼프를 거부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선거 결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알고 있다. 끔찍한 폭력 사태로 시민 몇 명은 목숨을 잃었고, 2020년 선거는 부정선거였다는 거짓 선동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엔 다를 거라고 여길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선거 이후 혼란과 폭력을 몰고 오리라는 위협은 더욱더 커졌다.
 
미국 헌법이 성문법이고, 법을 해석하는 임무를 법원에 맡겨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국 정치, 사법제도에 관한 모든 결정이 늘 유권자의 손에만 맡겨지는 건 아니다. 반란에 가담한 자의 공직 진출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14조 조항은 남북전쟁 이후 남부군 출신이 공직을 맡아 반란을 도모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조항이다. 헌법학 교수 출신인 제이미 라스킨 하원의원(민주, 메릴랜드)은 최근 내게 이를 두고 “어떤 사안은 선거를 통한 경쟁의 결과로 가려내선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라스킨 의원은 유권자들이 여전히 누구든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예외가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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