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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무심코 내뱉은 어른의 분노 언어…어린이 뇌에 흉터 남긴다

[주간 조동찬] 어릴 때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스프 주간조동찬
“네가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고?”

“응, 엄마 그날의 일은 잘 안 잊혀져. 정말 무서웠거든.”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질문에 답하는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의 대답에 엄마는 자지러지게 놀랐다. 의사 선생님은 아빠가 무서웠던 기억을 물었고, 딸아이는 다섯 살 즈음 마트 주차장에서 엄마와 아빠가 다투던 장면을 떠올렸다. 어떤 일로 다투었는지 흐릿했지만, 아빠의 분노 가득한 문장은 또렷했다. 그때 아빠는 ‘가족이고 무엇이고 죄다 필요 없다.’고 했단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겪고 있는 우울한 감정의 뿌리는 상당히 오래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들어왔다. 엄마는 아들이 학원과 학교에서 친구들과 다툼이 잦다고 토로했다.

“아이가 ‘화가 너무 나서 그랬다’라고 얘기는 하고, 어떤 면에서 화가 났는지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심하게 화를 낼 줄은 몰랐어요.” 

“엄마는 ‘친구하고 말로 풀어볼 수는 없겠냐’고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그런 게 앞에 보이지 않았어요.”      
      

의사 선생님은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다툼을 중재하는 선생님을 밀치고 교실 밖으로 나가는 행동은 분노 조절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아이가 어릴 때 어떻게 대했는지 물었다. 엄마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일하면서 육아를 혼자 감당하다 보니 거친 말들을 자주 했던 죄책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워킹맘이 독박 육아하면서 순한 말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그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걸 잘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료를 마친 후 의사 선생님은 두 어린이에게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자해와 타해는 대상만 다를 뿐 모두 공격적인 행동입니다. 그 밑바닥에는 분노가 깔려 있죠. 화를 참으면 자신이 우울해지는데, 화를 영원히 참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순간 터져서 자신에게 향하면 자해, 타인에게 향하면 타해가 되는 건데, 전자를 우울증, 후자를 분노 조절 장애라고 부르는 겁니다. 모든 경우를 이렇게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여자 아이의 우울증이나 남자아이의 분노 조절 장애는 분노가 공통분모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게 또 있어요.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겁니다. 어린이의 분노 지수가 높다면 그건 어른들에게서 옮겨 간 것이라고 봐야 해요. 특히 어른의 분노를 어린이는 생각보다 일찍부터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죄책감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내게는 어렴풋한 나의 화난 말과 행동들을 내 아이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분노가 뇌 흉터로 남는다

스프 주간조동찬
어린이가 가장 자주 대하는 어른은 부모이다. 호주 연구팀이 11살 어린이에게 부모가 분노하며 뱉어낸 언어를 얼마나 자주 듣는지 조사한 뒤 이들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의 뇌 발달 정도를 MRI로 측정했다. 분노의 언어를 자주 들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집중력과 자기 통제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더 두꺼워는 것으로 나타났다(Observed Measures of Negative Parenting Predict Brain Development during Adolescence. PLOS ONE). 뇌가 두터워졌다면 뇌가 더 발달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결과는 그 반대이다. 스트레스 물질이 뇌를 공격해 흉터가 쌓여서 두꺼워진 것일 뿐, 오히려 인지 기능은 떨어지고 충동성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The long‑term associations between parental behaviors, cognitive function and brain activation in adolescence. Scientific Reports). 호주 연구팀의 조사 연령은 11세에서 20세까지였지만, 전문가들은 뇌에 남는 흉터는 훨씬 더 어릴 적부터 시작할 수 있고 훨씬 더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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