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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믿을 수 없이 싼" 캐시미어의 진짜 비용에 관하여

[뉴욕타임스 칼럼] This Holiday, Consider the True Cost of Cheap Cashmere, By Ginger Allington

중앙아시아 몽골고원에서 방목되는 염소들
 
*진저 알링턴은 조경 생태학자로, 코넬대학교 환경 및 천연자원 학과의 조교수다. 그는 몽골고원의 건조한 방목지를 주로 연구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캐시미어 스웨터 한 장에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일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연말연시를 맞아 예전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캐시미어 스웨터 광고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소매점 퀸스의 인스타그램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다.

캐시미어 스웨터가 50달러밖에 안 하다니, 이 좋은 걸 나만 알고 있을 순 없잖아요?

따뜻한 캐시미어 스웨터를 이렇게 싸게 살 수 있다니, 소비자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좋은 기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옷값을 이렇게 싸질 수 있던 비결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생태계 가운데 하나인 중앙아시아 몽골고원의 초원 지대를 파괴한 대가라는 점이다.

캐시미어 스웨터는 염소의 털로 만든다. 아무 염소 털이나 써도 되는 건 아니고, 특정 품종의 보송보송한 속털로 뽑아낸 섬유로 캐시미어를 짠다. 오늘날 캐시미어의 원료 대부분은 중국과 몽골의 춥고 건조한 초원 지대에서 온다. 이곳은 수 세기 동안 유목민과 목축업자들이 양, 말, 들소, 낙타를 비롯해 다양한 가축을 친 수백만 제곱마일에 달하는 거대한 목초지다. 캐시미어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염소는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기르는 가축이 되었다.

나는 몽골고원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이곳을 여러 번 방문했다. 그리고 캐시미어를 뽑기 위해 급증한 염소 무리가 몽골고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똑똑히 관찰할 수 있었다. 염소는 중앙아시아 스텝과 같은 초원 생태계를 다른 가축에 비해 아주 빠르게 파괴한다. 예를 들어 양은 풀의 윗부분만 먹고 밑동과 뿌리는 그대로 둔다. 그러나 염소는 식물을 뿌리째 먹어 치워 서식지를 파괴하고 토양을 침식하게 만든다. 풀이 뿌리 뽑히고 토양이 침식된 초원 지대는 다시 복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토양이 침식된 지역 대부분은 풀이 다시 자라지 못하고, 모래와 관목으로 대체된다.

현재 몽골의 초원에서 방목해 키우는 염소는 2,750만 마리로 추정된다. 정부 통계는 캐시미어의 원료를 생산하는 염소와 다른 목적으로 키우는 염소를 구분하지 않는데, 대부분이 캐시미어용 염소다. (몽골과 국경을 접한) 중국 네이멍구 지역에서 방목해 기르는 염소도 1,500만 마리나 된다. 지난 2018년 몽골의 방목지를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2016년 현재 방목으로 인해 훼손된 목초지는 58%에 이른다. 23%는 아예 황폐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목초지에서 자란 염소들은 털이 짧고 굵어서 만들어내는 섬유도 품질이 낮아 좋은 값을 받지 못한다. 시장에서 값을 쳐주지 않으니, 목축업자들은 수지를 맞추려 염소의 숫자를 더 늘린다. 의류 업체는 좋지 않은 품질의 섬유로 값싼 캐시미어 스웨터를 만드는데, 이렇게 만든 제품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선을 보인다. 이런 싸구려 스웨터는 고급 양모로 만든 옷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진다. 원래 캐시미어로 만든 의류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매우 오래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비싼 돈을 줘도 아깝지 않은 고급 제품으로 분류됐다. 도저히 고급으로 분류할 수 없는 캐시미어를 만드느라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그런데도 소매 업체들은 캐시미어가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포장해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100% 네이멍구산 2겹 캐시미어"와 같은 광고 문구를 내건다. 이런 식의 광고를 내는 소매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광고를 보면 캐시미어의 품질을 고급으로 여길 거라 기대하겠지만, 사실 이런 광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빈말뿐이다. 왜냐하면 현재 유통되는 캐시미어는 대부분이 어차피 몽골과 네이멍구 지역 일대 초원에서 기른 염소 털로 만든 것이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방식이란 염소를 방목한 목초지가 이후에도 파괴되지 않고 최소한 현상은 유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염소 떼를 다른 데로 옮긴 뒤에 풀이 더 잘 자란다면 더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실 목초지를 유지하려면 지금보다 염소의 숫자를 훨씬 더 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외딴 지역의 방목 실태를 일일이 감시하는 건 매우 어렵다. 브랜드 간의 차이를 확인하려는 노력도 부족하고, 여러 생산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도 않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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