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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공매도 금지 한 달, 기울어진 운동장은 좀 나아졌습니까?

[뉴스쉽]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주범일까?" 당국이 침묵하는 질문, 직접 답을 찾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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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제도를 금융당국이 중단시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 관행 때문에 시작됐지만, 당국은 공매도 제도 자체를 손보려 하고 있습니다. 불법이 만연하기 때문에 제도 전반에 대해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년 11월)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개선돼야 공매도가 재개될 수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질문에 금융 당국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매도가 중단되기에 앞서, 저는 공매도가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을 초래한다는 주장과 공매도가 오히려 주가 급락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각각 소개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을 굳이 비교했던 이유는 둘 다 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  <‘공매도와의 전쟁’이라는데…공매도는 주가 급락의 원흉? 방파제?>
 
당국이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매도 제도가 정말 주가 하락의 주범일까? 아니면 주가 급락을 막는 방파제일까?’라는 질문은 덮어둔 채 제도 개선에 나섰기 때문에 물음표가 남는 것입니다.
 
이에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과 함께 공매도가 중단된 한 달 동안 주식시장에 나타난 변화들을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 이를 통해 당국이 답하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찾아보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고민까지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주범일까?

우리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코스피의 경우 55%, 코스닥의 경우 80%에 육박합니다. 미국과 일본이 20% 수준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습니다.(금융위원회, 2023년 11월) 그렇다면, 공매도를 주가 하락 주범으로 지목하는 건 개인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미국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자본력을 갖춘 기관들이 공매도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겨주고, 그만큼 이익을 챙긴다고 의심합니다. 그런 의심에서 시작된 사건이 바로 ‘게임스탑(GameStop) 사태’입니다. ‘멜빈 캐피탈(Melvin Capital)’라는 미국 헤지펀드가 코로나가 한창이던 재작년 초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인 게임스탑의 주식을 대규모 공매도하자 이에 대항해 개인 투자자들이 똘똘 뭉쳐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고, 멜빈 캐피탈은 천문학적 손실을 피하지 못하고 끝내 파산했습니다.
  ‘게임스탑 사태’를 계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했다.
‘게임스탑 사태’를 계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했다.
 
국경을 막론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이처럼 공매도를 주가 하락 주범으로 지목하는 이유는 손익 구조와 관련이 깊습니다. 공매도는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걸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들여 되갚는 투자 방식입니다.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얻는 구조인 것입니다. 때문에, 막대한 자본과 정보력, 시장 지배력을 지닌 기관 투자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매도한 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려 이익을 챙길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인지 확인하기 위해 공매도와 주가의 관계를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려놓고 아직 갚지 않은 미상환 물량을 ‘공매도 잔고’라 하는데, 이 잔고가 늘었다는 건 시장에서 해당 종목을 공매도한 다음 주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잔고가 늘었을 때 1거래일 뒤에 수익률이 상승하는지 아니면 하락하는지 살펴본다면 공매도와 주가 사이의 상관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전면 중단됐던 공매도는 재작년 5월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해서 재개됐습니다. 때문에, 분석 대상은 이들 350개 종목입니다. 분석 기간은 지난달 공매도를 중단하기 직전 6개월(2023년 5월 2일 ~ 2023년 11월 3일)로 잡았습니다. 즉, 지난 반년 동안 350개 종목 별로 공매도 잔고와 수익률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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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축은 공매도 잔고(T 거래일)이고 Y축은 주가 수익률(T+1거래일)인 그래프 위에 각 종목별로 점을 찍어보면 관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점을 다 찍고 나면 추세선을 그려볼 수 있는데, 이때 추세선의 기울기가 공매도 잔고와 수익률 사이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가령, 유한양행의 경우 추세선 기울기는 –0.28입니다. 이는 공매도 잔고가 늘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음의 관계가 나타났단 의미입니다. 반대로, ISC의 추세선 기울기는 +0.32입니다. 공매도 잔고가 늘 때 수익률이 오르는 양의 관계가 나타났단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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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방식으로 350개 종목별로 추세선의 기울기(상관 계수)를 구해보니, 213개 종목에서 음의 관계가 나타났고 나머지 137개 종목에서 양의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모든 종목에서 공매도 잔고가 늘었을 때 주가가 하락하는 음의 관계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공매도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걸로 의심받던 에코프로비엠은 공매도 잔고가 늘 때 오히려 수익률도 오르는 양의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가 넘는 종목에서 음의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반년 간 우리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사이의 상관성이 확인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추가 분석


분석 기간 동안 코스피(-6.2%)와 코스닥(-8.6%) 모두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미국발 고금리 긴축 조치로 우리 주식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며 약세장에 머물렀기 때문에 공매도 잔고와 무관하게 수익률이 하락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지수 수익률이 –5%를 기록한 날에 특정 종목의 수익률이 –4%였다면, 실질적으로 이 종목은 +1%만큼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선 분석에서는 반영되진 않았습니다.
 
이런 시장 상황까지 반영하기 위해서는 ‘시장조정 수익률’이란 개념을 도입하면 됩니다. 방법은 이번에도 간단합니다. 종목 수익률에서 해당 종목이 포함된 지수의 수익률을 뺀 값을 '시장조정 수익률'로 보고, 공매도 잔고(T 거래일)와 시장 조정 수익률(T+1 거래일)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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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음의 관계가 나타난 종목은 199개로 소폭 줄었고,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난 종목은 151개로 조금 늘었습니다. 수치상의 변화는 있었지만 여전히 둘 사이에는 10%가 넘는 간극이 있을 정도로 공매도와 주가 사이에는 음의 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추가 분석에서도 공매도와 주가 하락 사이의 상관성이 드러난 건데, 그렇다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 맞다.”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전상경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가 주범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우리 주식시장에선 공매도 이후 추종 매도가 강력하게 뒤따르고 있어 결과적으로 공매도가 쏟아진 종목은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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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경 │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공매도 물량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공매도만으로 주가 수익률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단 뜻입니다. 그럼에도 공매도와 주가 하락 사이의 상관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공매도 잔고의 증감을 보고 개인 투자자들이 매매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공매도 잔고가 늘어난 모습을 보고 ‘외국 및 기관 투자자의 매도세가 더 강하겠구나.’라고 생각을 해서 덩달아 추종 매도에 나서고, 공매도 잔고가 줄 때는 ‘공매도 세력이 빌린 주식을 상환하고 있어 매수세가 나타나겠구나.’라고 생각해 추종 매수에 나서면서 음의 관계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공매도는 주가 급락의 방파제일까?

공매도는 주가 급락의 방파제일까?
공매도의 순기능을 지지하는 쪽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공매도란 정보력을 갖춘 기관 투자자들이 ‘이 종목은 고평가 돼 있음이 심히 의심된다.’라며 써 보낸 경고장에 해당합니다. 덕분에 과열됐던 시장의 열기는 진정되고 거품처럼 치솟았던 주가는 적정 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매도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건 정보력을 갖춘 기관 투자자들이 내린 판단이 맞았음을 뜻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공매도가 제한된다면 이런 순기능은 사라지고 시세 조종이나 과도한 투자 쏠림 현상 등에 의해 주가가 불나방처럼 치솟을 때 견제할 수단이 없어집니다. 실제로, 공매도 제외 종목인 영풍제지는 주가조작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불과 1년 만에 20배나 가격이 폭등했다가 검찰 수사 이후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바닥을 쳤습니다. 공매도라는 방파제가 뚫리면, 시장은 위아래로 더 크게 출렁이며 혼란만 가중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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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제외 종목인 영풍제지의 주가는 1년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크게 출렁였다.
 
이런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공매도 중단 이후 시장의 변동성을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방법은 역시 간단합니다.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 별로 공매도 중단 이전 한 달(10/6~11/3, 총 20거래일) 동안 주가의 변동성을 구합니다. 그리고 공매도 중단 이후 한 달(11/6~12/1, 총 20거래일) 동안의 변동성도 구해 둘을 비교하면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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