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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에 마련된 빈소…"임금 못 받고 난방비 아껴왔다"

<앵커>

강한 추위 속에 항구에서 일하던 한 외국인이 얼마 전 숙소에서 숨졌습니다. 동료들은 한 달 전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난방비마저 아끼던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UBC 신혜지 기자입니다.

<기자>

작은 방 한 켠에 과일 몇 가지와 맥주 캔, 그리고 젊은 남성의 사진이 놓인 조촐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울산 정자항에서 뱃일을 하던 베트남 국적 30대 A 씨의 빈소가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 마련됐습니다.

영하권의 추위가 닥친 지난 19일 새벽, 숙소에서 호흡 곤란을 호소한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베트남인 이웃 : 제가 오니까 애가 안 움직였어요. 조금 숨 쉬고 기침만 컥컥하면서 한두 번 했어요.]

경찰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A 씨가 숨졌다는 법의학자의 소견에 따라 변사 처리했습니다.

동료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A 씨가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고 말합니다.

한 달 전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난방비조차 아낄 정도였고, 의료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던 것으로 울산외국인지원센터는 파악했습니다.

[울산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베트남인 직원 : 임금 체불도 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식비도 없어서 주변에 있는 지인에게 돈 빌려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울산에 사는 외국인은 지난해 기준 2만 6천 명을 넘었고, 6천 명 이상은 노동자로 등록돼 있습니다.

[박유리/울산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 :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에서 온 선원들이 대부분인데요. 선원들이 이런 일들이 너무나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사실 무단 이탈자들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급증하는 노동자 수에 비해 처우는 뒤따라가지 못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외국인도 적지 않습니다.

(영상취재 : 최학순 UBC)

UBC 신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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