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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내년엔 태평양으로 ICBM 쏠까…김정은의 결심은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태평양 발사 막고 있던 두 가지 제한 풀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8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발사를 참관하면서 미국에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워싱턴이 북한을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번 발사를 통해 뚜렷이 보여줬다면서, 보다 위협적인 방식으로 더욱 공세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김정은 동지께서는 … 적들이 계속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에는 분명코 보다 진화되고 보다 위협적인 방식을 택하여 더더욱 공세적인 행동으로 강력하게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

- 조선중앙통신, ‘화성-18형 발사훈련’ 보도


스프 n코리아정식 김정은이 지난 18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발사를 참관했다.
김정은이 밝힌 ‘보다 진화되고 보다 위협적이며 더욱 공세적인 행동’은 뭘까요?
 
김정은이 이런 언급을 한 곳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8형’ 발사현장이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지금까지 있었던 ICBM 발사보다 미국을 더 위협할 수 있는 과감한 행동을 하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ICBM을 쏘더라도 동해상에 떨어지도록 하는 고각발사 형식을 활용해 왔는데, ICBM의 정상각도 발사를 통해 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날려 보낼 준비를 하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북, 과거에도 ‘ICBM 태평양 발사’ 위협

북한이 ICBM을 태평양으로 날려 보내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 9월 21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북한의 향후 조치와 관련해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받던 김정은이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언급한 데 대한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ICBM의 태평양 발사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정찰위성 시험에 대해 남한 내에서 위성사진 수준이 조악하다는 혹평이 나오자 막말로 비난하는 와중에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한 것입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 고각발사만으로는 입증할 수 없고 실제 각도로 쏴 보아야 알 수 있을 것 뭐 또 이따위 논거로 우리 전략무기 능력을 폄훼해 보자고 접어들 것이 뻔할 것 같아 보인다. 해서 하는 말인데 그에 대한 답변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 주겠다.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

- 김여정 담화, 2022년 12월 20일

김여정은 지난 2월 20일 담화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했습니다.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있다.”

- 김여정 담화, 2023년 2월 20일
 

이번에는 정말 태평양으로 ICBM 발사하나

지금까지 북한은 화성-15형, 17형, 18형 등 여러 종류의 ICBM을 발사했지만, 모두 동해에서 고각발사 형식의 시험만 단행해 왔습니다. 고각발사란 비정상적으로 고도를 높여 비행거리를 줄이면서 미사일의 추진력을 검증하는 시험입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고각발사 형식으로 ICBM을 발사해 왔기 때문에 모두 동해에서 시험이 가능했습니다.
 
북한이 이런 고각발사 방식을 활용해 온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입니다.
 
첫째, ICBM을 태평양까지 날려 보냈을 경우 생겨날 정치적 부담 때문입니다. 북한이 ICBM을 본격적으로 발사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인데, 2017년 당시 북한은 한미일은 물론 중국, 러시아로부터도 고립돼 있었습니다. 2017년 당시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가 유엔 안보리에서 가결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국제정세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북한이라도 ICBM을 태평양으로 날려 보내기는 어려웠습니다.
 
둘째, ICBM을 태평양까지 날려 보내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한 ICBM이 태평양까지 날아간다 해도 탄두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탄두는 온전하게 비행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발사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위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든지 해당 수역에 선박을 파견해 관찰을 하든 잔해를 수거하든 해야 하는데, 북한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습니다. 성공 여부도 알 수 없는 발사를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의미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각발사만으로는 ICBM의 마지막 관문인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을 검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기권 재진입이란 ICBM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대기권에서 생기는 엄청난 열과 압력을 이기는 기술인데, 이 열과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면 미사일 머리 부분에 있는 탄두가 다 타버리기 때문에 폭탄으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재진입은 대기권에서의 높은 열과 압력도 이겨야 하지만,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대기권 층에서 튕겨나가지 않게 하는 기술도 중요합니다. ICBM 탄두는 포물선 궤적으로 대기권 층에 비스듬하게 재진입하게 되는데, 자칫 잘못하면 대기권 층에서 탄두가 튕겨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각발사를 하면 미사일이 엄청나게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져 재진입시 생기는 열과 압력을 이겨내는 검증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위에서 내리꽂는 방식으로 탄두가 떨어지기 때문에 탄두가 대기권에서 튕겨나갈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탄두가 대기권에 비스듬히 재진입하는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고각발사와 정상각도 발사 가운데 어느 쪽 재진입이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상황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ICBM의 재진입 기술은 정상각도로 발사하지 않는 한 검증되지 않습니다.
 

‘ICBM 정상각도 발사’ 막고 있던 제한 풀려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의 ‘ICBM 정상각도 발사’를 막고 있던 두 가지 제한이 풀리고 있습니다.
 
첫째, 북한의 정치적 부담이 작아졌습니다. 지금은 신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몇 년 전에 비해 진영 간 대결구도가 다시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는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고 유엔 안보리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됐습니다. 북한으로서는 태평양으로 ICBM을 날려 보낸다 해도 국제정치적 압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둘째, 북한에게 ICBM의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진전이 이뤄졌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진입시켰습니다. 정찰위성의 해상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북한 정찰위성이 지구를 돌며 북한과 송수신을 하고 있다는데 이견은 별로 없는 듯 합니다. 북한 정찰위성이 이렇게 지구를 돌며 북한과 송수신을 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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