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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될 권리가 있다

[더 스피커] 장애부모의 양육, 돌봄의 대상을 넘어 돌봄의 주체가 되는 일

스프 더 스피커
지금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입니다. 출산율은 매번 신기록을 세우며 바닥을 찍고 있고, 앞으로 펼쳐질 인구감소는 ‘중세 흑사병’에 비유될 정도입니다. 그러니 아이를 낳겠단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돕겠단 게 우리 사회 분위기인데, 정작 남들보다 더 어렵게 부모되기를 선택해도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입니다.

 

지적장애 부모의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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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인터뷰를 위해 충북에 있는 박형용 이상미 부부의 집을 찾아간 날은 아주 추웠습니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실내복 차림으로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나온 남성을 보고 형용 씨일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아기를 키우는 여느 집처럼, 현관문에는 아기가 깨지 않게 초인종을 누르지 말아 달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집안은 예상대로 형용 씨 덕분에 깔끔했습니다. 둘째를 낳은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상미 씨는 남편이 집안일은 물론 아기를 씻기는 일도 도맡아서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똑같은 커플 옷을 맞춰 입고 서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부부는 지적장애 3급입니다. 인지 능력과 사회 적응 능력이 부족하지만, 생후 23개월과 3개월인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을 비롯해 일상생활을 둘만의 힘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가족 없이 외롭게 살아온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모르는 것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최근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동학대’에 대해 검색해 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박형용
요즘 아동학대 그런 게 안 좋은 건지 보고 있고. 나쁜 거, 때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그래서 그거 잘 봐야 한다고. 학대는 애들한테 안 좋으니까.

- 어떻게 잘 보라고 하던가요?
그냥 보다가 (어린이집에) 전화해 보는 거죠. 애는 괜찮나, 아픈 데 없나 다 전화해 보고. 괜찮으면 병원 안 가도 되고. 조금만 아파도 병원 가요, 우리가. 


부부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양육수당 등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형용 씨는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다가 크게 다쳐서 일을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은 중고거래 앱으로 저렴하게 사거나 무료 나눔을 받아 알뜰하게 마련했습니다. 이날도 난방비를 아끼느라 아기가 지내는 안방을 제외하고 집안은 발이 시릴 만큼 썰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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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방접종이라도 도와줘야 하는데...”

부부와의 인터뷰는 매끄러웠지만, 종종 과거 시간이나 숫자를 떠올릴 땐 헷갈려했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두 사람에게 문해력이 필요한 서류 작성 같은 건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 둘째 아이 출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큰 실수가 있었습니다. 바로잡으려면 법적으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두 아이가 커갈수록 부부에겐 이렇게 버거운 순간이 더 많아질 겁니다.
 
이현주 충북여성장애인연대 대표
큰 아이 출생신고를 할 때는 저희 도움이 있었지만, 작은 아이 때는 부부가 다 했거든요. 우리가 장애인 가정에 일주일에 2~3번 가야 하는 걸 1번으로 줄였기 때문에 많은 불편함이 있는 거죠. 지적장애인은 글씨 같은 걸 잘 몰라요. 아이 예방접종을 할 때에도 달력에 ‘병원 가는 날’이라고 적어주고, 병원까지 이동해 주는 도움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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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여성장애인연대 활동가 6명은 일주일에 한 번씩 형용 씨 부부 같은 장애인 가정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아하는 지원 사업입니다. 시력장애가 있는 이현주 대표를 비롯해 활동가들은 모두 장애가 있습니다. 지원 가정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이현주 충북여성장애인연대 대표
같은 동료잖아요, 아픔을 같이 겪었던 사람들이고. 감수성도 확실히 비장애인 하고는 달라요. 저도 중도장애라 집에만 있었거든요. 장애인이 나오기가 되게 힘든 사회잖아요. 제게 ‘나오라’고 한 곳도 충북여성장애인연대였어요. 대부분의 지적 장애인들이 (국가 돌봄 서비스 인력인) 활동지원사 지원을 못 받거든요. 움직이고 활동한다는 이유 만으로요. 이런 가정이 아이 키우고 생활하는 데 엄청 어려워요. 교육도 필요한데 나오지를 못하고요. 그래서 우리가 이런 분들을 위한 돌봄 사업을 하고 있는 거죠.

자녀양육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장애부모는 일상에서 수시로 한계에 부딪힙니다. 일례로 거동이 불편한 엄마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누워있는 아이를 안을 수도, 기어가는 아이를 쫓아갈 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자신도 돌봄이 필요한 장애부모에게 누군가를 늘 돌봐야 하는 일은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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