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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보고서 삭제' 경찰 징역 3년 구형…"죄질 불량"

'이태원 보고서 삭제' 경찰 징역 3년 구형…"죄질 불량"
▲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경찰 내부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간부들에게 실형을 내려달라고 검찰이 재판부에 밝혔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경무관)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김진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경정)에게도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최종 의견진술에서 "이태원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바라고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해 11월 2일 용산서 정보관이 생산한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등 정보 보고서 4건을 업무용 PC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그간 문제가 된 보고서들이 이미 상급기관에 보고가 됐기 때문에 목적이 달성됐으므로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삭제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삭제하도록 지시한 보고서들이 "사전에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를 받은 경찰 관계자에 대한 형사 사건 또는 징계 사건의 증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기해서는 안 되는 자료"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또한 보고서들이 앞으로 경찰의 재난 대응대책 수립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고, 일선 경찰서의 업무 실적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목적이 달성되지 않아 폐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삭제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수사 및 감찰 대비를 언급했고 수차례에 걸쳐 하급자에게 삭제를 지시해 사안이 가볍지 않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부장은 최후진술에서 "국민 감정과 진상 규명을 생각지 못하고 담당 부서나 업무에 대해서만 생각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를) 특정해서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보석 (사진=연합뉴스)
▲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김 전 과장도 정보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에게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없도록 회유했다는 혐의에 대해 항변했습니다.

정보 보고서의 삭제 지시 또한 박 전 부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김 전 과장은 "(부하 직원을) 회유하거나 묵살하지 않았다"며 "일부 언론보도로 저는 지울 수 없는 비난을 받았고, 묵살하고 회유하게 한 정보과장으로 제 가족들과 친척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다"며 울먹였습니다.

법정에는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故) 임종원 씨의 아버지 임익철 씨가 방청석에서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발언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재판장의 허락을 받고 마이크를 잡은 임 씨는 "참사 직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모두가 진실을 은폐하는 데 혈안이 됐다"며 "박성민과 김진호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가족은 모두 국가기관으로서 경찰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경찰 관계자 중 검찰 구형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1심 선고는 내년 2월 14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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