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10년간 치매母 모시며 일만 한 딸, 마지막까지 여러 사람 살리고 떠났다

치매에 걸린 모친을 10년간 정성으로 보살피던 50대 여성이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명의 나눔을 전하고 떠난 그는 59살의 박세진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일 단국대병원에서 박세진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 · 우)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눈을 감았다고 오늘(18일) 밝혔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10월 27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상태가 됐습니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와 수술에도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유족들은 평소 박 씨가 기증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던 것을 기억하고 그 뜻을 받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유족들은 "누군가의 몸속에 일부분이라도 함께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천안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 씨는 쾌활하고 주변 사람에게 늘 베푸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였습니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며 자랐기에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건넸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10년 전 치매에 걸린 89세의 친정어머니를 모시면서도 그 흔한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한결같이 주변 사람을 돌봤다고 합니다.

박 씨의 남편 김영도 씨는 아내가 한국전력에서 환경미화원으로 17년간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놀러 가지 못하고 일만 하고 살았던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나 만나서 고생만 한 거 같아 미안해. 내가 다음에는 더 좋은 세상에서 호강시켜 줄 테니, 그때까지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어. 그동안 당신 만나서 고마웠고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