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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문자 1천여 통…"경찰에 신고하겠다" 압박

<앵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20대 기간제 교사가 지난 1월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교육청 조사 결과, 이 선생님은 생전 학부모들에게 1천 통 넘는 문자를 받는 등,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손기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서울시 교육감과 교원 3단체가 모인 기자회견장.

한 유족의 하소연이 회견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오재근/숨진 교사 아버지(지난 7월) : 6개월 전에 제 딸도 그렇게 갔어요. 제 딸도 (서이초 사건과) 같이 여기서, 같이 조사해 주세요.]

28살의 오 모 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서울 상명대부속초등학교에서 기간제 담임교사로 근무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일기에는 스스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정진아/유족 측 변호인 : (지난해 12월 고인의 일기) '나는 선하고 강한 사람이다. 봄날이 올 거야. 포기하지 마. 넌 유능한 초등 교사다.']

유족의 요청으로 뒤늦게 교육청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오 씨를 괴롭힌 건 우선 학부모들의 과도한 연락이었습니다.

학교 측이 교사들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탓에 문자가 밤낮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재근/숨진 교사 아버지 : 근무시간 외에 온 것만 해도 계산을 해보니까 한, 천 건이 넘더라고요.]

지난해 6월에는 학생들 간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상황을 이해시키고자 재연 영상을 촬영했는데, 한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폭언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오재근/숨진 교사 아버지 : (병원에 가니까) 공황장애라든지 우울증이라든지 굉장히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학교 측은 해당 사건에 교사 한 명을 더 배치하긴 했지만, 오 씨를 상담하고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없었습니다.

교육청은 과도한 업무와 악성 민원이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를 신청하는 한편, 학부모에 대한 형사 고발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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