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3년 전 비닐하우스에서 얼어붙은 이주노동자…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더 스피커] 사망 3주기 <얼어붙은 속헹> 저자 김달성 목사 인터뷰

스프 더 스피커
“경기도 포천의 한 농원. 숙소로 쓰는 비닐하우스 농막에서 지난 20일 캄보디아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4년 전 취업비자를 받고 입국해 농원에서 일해오던 30살 A 씨였습니다. 체류기간이 끝나 다음 달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국 비행기 표까지 끊어 놓고 갑자기 숨진 건데, 코로나19로 장례식을 열 수 없어 유골만 가족 품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이주단체는 한파로 인한 동사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 <2020년 12월 23일 8뉴스>


▶ 관련 기사 :  한파 속 비닐하우스서 자던 이주노동자 사망
▶ 관련 기사 :  ‘비닐하우스 숙소’ 국가가 묵인..열악한 환경 외면

3년 전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취재했던 SBS 8뉴스 기사 내용입니다.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올겨울과 달리 유독 추웠던 그해 겨울, 이주여성 노동자 속헹 씨는 난방이 멈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이주단체는 동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경찰은 부검 결과 사인을 ‘간경화로 인한 혈관 파열’로 발표했고, 노동부는 개인질병에 의한 사망이라며 중대재해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승인을 결정하며 속헹 씨의 죽음을 ‘사회적 죽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속헹 씨 사건을 널리 알렸던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가 사망 3주기를 앞두고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얼어붙은 속헹〉 (밥북)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에게 3년 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김달성 목사
 

속헹 씨 사망 3년...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스프 더 스피커
Q. 3년 전 속헹 씨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무엇이었요?

A. 캄보디아인 여성 노동자 속헹 씨가 안타까운 사망에 이르게 된 때는 2020년 12월 20일입니다. 그때 포천 지역에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사망 다음날 소식을 듣고 동료 노동자들을 접촉해 생생한 증언을 듣게 됐는데,  사망 이틀 전부터 불법 건축물 기숙사에 난방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난방 스위치를 올려도 계속 떨어지자 동료들은 추위를 피해 친구들 집에 갔지만 속헹 씨는 계속 숙소에 머무르다 안타깝게 사망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23일 제 SNS상에 올리면서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우리 포천이주노동자센터를 비롯해 60여 개 NGO 단체들이 이주노동자 기숙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항의에 나섰습니다.

Q. 사망 이유는 밝혀졌나요?

A. 국과수 부검결과 1차 소견은 간질환 합병증에 의한 사망이라고 나왔습니다. 대책위에서는 동료 노동자들의 증언을 신뢰하면서 불법 건축물 기숙사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큰 사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책위 차원에서 산재 신청을 해 사망 1년 반 뒤에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승인 사유를 요약하면 속헹 씨의 죽음과 그의 노동 환경, 특히 열악한 주거 환경과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Q. 이후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놨나요?

A. 대책위가 강력 대응에 나서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고용노동부는 사망 2주 만인 다음 해 1월 6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앞으로 불법 건축물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사업장에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허가하지 않겠다며, 불법 건축물 기숙사에 기거하는 이주 노동자가 기숙사 문제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면 노동부가 고용주의 사인 없이도 직권으로 변경해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주거 환경 개선을 하는 사업장들이 생겼습니다. 불법 건축물 기숙사를 폐쇄하고 근처 원룸 등을 얻어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지자체들은 지자체 예산을 확보해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를 건축한 곳도 있습니다. 경기도는 내년 포천 등 지자체 5곳에 외국인 노동자 30~50명 규모 기숙사를 지을 계획입니다. 올해 정부는 전국 지자체 16군데를 선정해 공공형 계절근로자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농협이 지자체 지원을 받아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주 역할을 하면서 기숙사를 반드시 합법적인 건물로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실한 부분도 많습니다.

2022년 3월 파주시 한 식품공장 컨테이너 기숙사 화재로 인도인 이주노동자 사망
 

여전히 판치는 비닐하우스 움막... “관리감독 부족”

Q. 여전히 불법 가건물 숙소가 판치고 있다던데요?

A. 포천만 보더라도 사업주들이 편법과 불법으로 고용 알선을 받아 여전히 불법 건축물 기숙사에 외국인 노동자를 기거시키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농장주가 노동부에 외국인 노동자 고용 신청을 할 때 주택을 제공한다고 표시하고는, 허가를 받은 뒤에는 비닐하우스 움막에 지내도록 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최근에는 숙소 미제공이라고 허가를 받아 놓곤 불법 건축물에 지내게 하는 꼼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업주가 이주 노동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의무가 없어요. 이걸 악용해서 숙소 미제공이라고 허가를 받은 뒤, 외국인 노동자가 오면 “숙소 정했냐”고 묻는 거죠. 한국말, 한국법을 잘 모르는 노동자가 당황하고 있으면, “여기 움막에서 그냥 살자” 이렇게 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불법이 난무하고 있지만 사후 단속이나 관리감독 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Q. 담당 기관의 의지 부족인가요?

A. 컨테이너 기숙사에 지내던 포천의 공장 노동자가 얼어 죽겠다며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가서 사업장 변경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노동자에게 사장님하고 잘 협의하라며 접수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계속 신청하니까 그 컨테이너  숙소가 불법인지 아닌지 서류를 떼오라고 했어요. 이런 신청이 들어오면 숙소가 불법인지 아닌지 심사하는 건 정부 기관에서 해야 될 일이죠. 그런데 한국말도 한국법도 한국 지리도 잘 모르는 노동자에게 가서 불법인지 아닌지 서류를 떼어와라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의지가 없는 겁니다. 

Q.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A. 정부가 만들어진 개정안을 강력하게 집행하고, 새 기숙사를 마련하려는 사업주들에게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고용허가제에 사업주가 이주 노동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넣을 필요도 있습니다. 과거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오기 위해 있던 산업연수생 제도에는 의무조항이 있었는데, 2004년 고용허가제로 바꾸면서 그 의무조항을 빼 버렸어요. 많은 사업주들이 이 허점을 이용해 숙소 미제공이라고 신고하는 방식으로 불법 가건물 숙소를 계속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외국 노동자를 위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A. 우선 인간의 보편적인 주거 기본권을 최소한 보장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요. 사업주를 위해서라도 이주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3D 업종에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편하게 휴식하고 잘 수 있는 안전한 숙소를 제공해야 노동 생산성도 더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여성이주 노동자들의 경우 더욱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불법 건축물 기숙사에 잠금장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요. 농장 기숙사 태반은 화장실이 바깥에 있는데 해가 지면 캄캄한 농장에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다녀야 하니 방범에 얼마나 취약하겠어요?  이주여성 노동자들에게 성범죄 피해 여부를 조사하면 보통 10%에서 30% 가까이 경험했다고 나와요.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열악한 주거 환경입니다. 

스프 더 스피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