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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왜 부모들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군비 경쟁'을 멈추지 못할까

[뉴욕타임스 칼럼] Why Parents Can’t Quit the Elite College Arms Race, By Jessica Grose

스프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시카 그로즈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필진이다.
 

지난주,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은 공개 석상에서 입시 비리 사건 가담 여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른바  ‘바시티 블루 대입 스캔들’은 부유층 학부모들이 릭 싱어라는 입시 컨설턴트에게 거액을 주고 자녀를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키려 했던 사건이다. 2019년 허프먼은 “우편 사기 및 우편 서비스 의무 불이행 공모 1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딸의 SAT 성적을 조작할 목적으로 1만 5천 달러를 지불했다”고 시인했다. 허프먼은 구치소에 11일 동안 수감됐으며, 벌금 3만 달러와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에 대해 LA 지역 방송사와 가진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에서 허프먼은 “딸에게 미래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동시에 많은 것을 알려준 발언이었다.

충격적인 부분은 그가 당시에 상정한 “미래”의 개념이 너무나 협소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왜 수많은 학부모와 고등학생들이 소수의 명문대에 진학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지 보여준 발언이기도 했다. 허프먼은 입시 컨설턴트 싱어와의 거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년이 지나자 릭 싱어는 당신의 딸이 원하는 대학에는 절대 못 간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가 서서히 범죄를 제안하기 시작했을 때 정신 나간 이야기 같지만, 저는 그게 딸에게 보장된 미래를 안겨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 지나간 후에야 하는 말인 줄은 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했던 겁니다.

잠깐만. 펠리시티 허프먼은 본인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배우에, 또 다른 오스카상 후보인 윌리엄 H. 메이시와 결혼한 유명 배우가 아닌가. 이들의 통장 내역을 본 적은 없지만, 둘 다 TV 드라마 경력도 상당하고, 한 회당  억대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재정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자녀의 미래를 걱정할 처지가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불과 수년 전에 허프먼은 장녀의 미래를 놓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말인가.

허프먼의 딸은 연극영화과 지망생이었는데, 그렇다면 ‘명문대에 가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는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허프먼의 딸이 배우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한층 더 안전한 선택이다. 아마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부모의 업계 인맥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허프먼은 자신이 자녀의 대입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그러니까 불법 행위도 마다하지 않으면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사는 세상을 벗어나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나는 이 부분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또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온라인 성적 포탈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극성 학부모들(자녀가 주체성을 상실할 정도로 자녀의 성적에 집착하는 부류)의 동기와 비슷한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 부모들은 자녀를 최대한 밀어붙이지 않으면 자녀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없고, 따라서 자신이 나쁜 부모가 된다고 생각한다.
 
극성 학부모들의 행태가 허프먼의 범법 행위와 같다는 말은 아니다. 대부분 학부모는 뇌물을 주거나, SAT 성적을 조작하려고 음모를 꾸미지 않는다.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는 문제가 대부분 상류층의 문제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삭감된  공립대학 예산을 살리는 것이 자녀 교육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학부모 문제보다 훨씬 시급하다는 점도 먼저 짚고 넘어가겠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이런 부모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한다. 경쟁이 너무나 치열한 세상이니, 완벽한 성적표와 넘치는 과외 활동을 통해 명문대에 들어가게 해 주거나, 재정적인 지원을 충분히 해줘야만 자녀의 미래를 망치지 않는다고, 그러지 못하면 자녀가 평생 좋은 직장을 얻지도 못하고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힘겹게 살아갈 거라고 믿는 부모들 말이다.

그러나 이들의 믿음이 정말 현실일까? 나는 “고등 교육 연보”의 편집자 출신으로 저서 “누가, 왜 합격하나: 대입사정관으로 보낸 1년”을 쓴 제프리 셀링고에게 현장의 실상에 대해 물었다. 셀링고는 하버드대학교 졸업장이 최상위 대학원 진학이나 골드만삭스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가 대학을 나왔고 준비가 잘 된 학생이라면 어떤 대학을 나와도 중요한 인맥이나 성공적인 진로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셀링고는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 교육부가 발행한  대학들의 성적표를 인용해 다양한 학부 전공이 취업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 보여줬다.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 성적표를 살펴보면 간호학, 컴퓨터공학, 정보기술 전공이 출신 대학과 관계없이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뒤에 소득이 가장 높았다. 한편 심리학이나 연극·영화 전공, 생물학은 소득이 가장 낮았다. (심리학이나 생물학 전공생들이 나중에 더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대학원이나 의대에 진학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출신 대학이 다르지만, 전공이 같은 졸업생들을 비교해 보면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교육부의 대학 성적표에 따르면  빙엄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의 4년 차 중위 연봉은 11만 4,997달러고, 훨씬 더 명문대로 여겨지는  조지타운대학교의 경우도 12만 6,103달러로 큰 차이가 없다.  UCLA 사학과 졸업생의 4년 차 중위 연봉은 4만 7,888달러로, 켄터키주에 있는 작은 학교  센터칼리지 사학과 졸업생의 4년 차 중위 연봉 5만 1,858달러보다 오히려 낮다.
 
학자금 빚에 대해서도 셀링고는 재정적 필요와 무관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완벽한 학생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성적 우수 장학금은 고등학교 성적이 중위권이더라도 이미 해당 대학에 합격한 학생의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저서 “누가, 왜 합격하나”에서 미국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동안 4년제 대학 풀타임 학생 중 평균 학점이 B 미만이면서 SAT에서 1000점 미만을 기록한 학생의 40%가량이 학교로부터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셀링고의 설명에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과도한 압박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물론 심리적 진단의 원인이 단 하나로 추려지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36%가 전문가에게 불안증 진단을 받았다고 답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의 고통을 악화시킨 것이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하지 않을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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