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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씨네멘터리] '괴물', '나폴레옹', '교토에서 온 편지'…더 재밌게 영화 보는 법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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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이주형 / SBS 논설위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신작 '괴물', 감독 특유의 따뜻한 연출 돋보여"
"'나폴레옹', 나폴레옹 일생 담아…조세핀과의 관계 중심으로 전개"
"'교토에서 온 편지', 엄마의 비밀 알게 된 세 자매의 이야기"
"'3일의 휴가', 하늘서 휴가온 엄마와 딸이 오해 풀어가는 이야기"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예술가' 백남준의 생애 다뤄"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아래 원고는 실제 방송된 내용과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Q. 오늘은 소개해주실 첫 번째 영화는 ‘괴물’이네요. 봉준호 감독 영화 중에서도 괴물이 있는데, 우연이겠지만 같은 제목이에요. 

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친분이 있고 또 봉 감독 작품들도 잘 알고 있어서, 봉감독의 “괴물”과 같은 제목으로 개봉하는 것에 대해서 “그 대작과 같은 제목으로 한국에서 공개된다는 게 굉장히 압박감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두 감독 모두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명감독이고요, 특히 지한파라고 얘기해도 큰 무리는 없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브로커”로 송강호 배우에게 칸 남우주연상을 안겼습니다. 또 올해는 이 영화 ‘괴물’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기도 했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로 2016년에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만비키 가족”으로 2018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적 있기 때문에, 감독상만 빼고 다 받을 정도로 칸이 애정하는 감독입니다. 

Q.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주로 본인이 직접 각본을 쓰잖아요. 그럼 올해 칸 각본상도 고레에다 감독이 받은 건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괴물”의 각본은 일본 최고의 각본가인 사카모토 유지가 썼습니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드라마죠, “최고의 이혼”,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한국에 잘 알려졌죠. 또 이 영화 “괴물”는 올해 타계한 저명한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개봉 5일만에 관객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일본 실사 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영화를 보면 왜 이 영화가 칸에서 각본상을 받았는지 바로 수긍하실 정도로 관객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주인공 한 명의 시점이나 전지적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 영화는 동일한 사건을 놓고 시점이 바뀝니다. 다시 말해서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사건이 다르게 전개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사건을 놓고 3명의 시점에서 영화가 세 부분으로 나뉘어 구성돼있습니다.

Q. 흥미롭게 들리는데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시죠.

싱글맘인 사오리는 요새 아들 미나토가 좀 이상해진 걸 느낍니다.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고 오고 도시락통에 흙을 담아오기도 합니다. 아들을 채근하니까 담임 선생님인 호리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학교에 가서 항의를 해봐도 형식적인 사과뿐이죠.

그런데 호리 선생의 입장에서 본 상황은 다릅니다. 오히려 미나토가 급우들을 괴롭히고 있었던 걸 자신이 감싸주고 있었던 겁니다. 미나토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거죠. 마지막은 미나토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미나토는 왕따당하고 있는 급우를 보호해주며 서로 우정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누가 어떤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건은 달리보이는데, 덮어놓고 누군가를 괴물을 만들곤 하는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특유의 따뜻한 영화톤에 담았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렸던 한국 독립영화 “괴인”과도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Q. 자 다음 영화로 가시죠. “나폴레옹”이군요. 제목만 들어도 대작의 향기가 풍기네요? 제목 그대로 나폴레옹의 일생을 다룬 영화인거죠?

그렇습니다. 세계적인 감독이죠, 리들리 스콧의 최신작입니다. 리들리 스콧하면 많이들 아실만한 영화가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에이터, 블랙 호크 다운, 마션 같은 작품이 있는데요. “에일리언”을 만든 감독이라고 하니까 아니 이 분이 아직도 영화를 만들어? 그런 생각도 드시죠? 86세의 연세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돈을 끌어다가 “나폴레옹”같은 대작을 만들고 계십니다. 이 연세에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러운데요, 사실 이 분의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작품별로 편차가 있긴 합니다.

최근에 제가 이 시간에서 소개해드린 영화 감독 중에 마틴 스콜세지, 미야자키 하야오,정지영 감독 등 노장 감독들이 많았는데 이분들은 그래도 40년대생이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30년대 생까지 왔습니다. 

Q. 그런데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국 사람인데 영국의 감독이 프랑스의 역사적 인물인 나폴레옹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흥미롭네요. 나폴레옹 역을 누가 맡았습니까?

영국 감독이 미국 돈으로 프랑스의 역사적 영웅을 다룬거죠. 나폴레옹 역할은 영화 “조커”의 호연으로 화제가 됐던 호아킨 피닉스가 맡았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는 글래디에이터에서 호흡을 맞췄었죠. 그리고 요즘 할리우드 대세 배우 바네사 커비가 조세핀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나폴레옹 전쟁까지의 나폴레옹을 다루고 있다. 1793년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당하는 걸 지켜보는 전도유망한 포병 장교 나폴레옹부터 시작해서 황제에서 쫓겨난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돼 죽는 과정을 다루는데요,

비주얼리스트로 불리는 리들리 스콧 감독답게 최대 11대의 카메라를 동원해서 워털루 전투씬 등을 상당한 스케일로 찍었습니다. 드넓은 평원에서의 과거 전투란 저랬겠구나 싶을 정도로 생생하더라고요. 그런데 나폴레옹이 참여한 전쟁, 그리고 이 영화가 다루는 역사적 사실이 제대로 고증된거냐에 대해서는 프랑스에서 논란이 좀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나폴레옹이지만 영화에서 조세핀의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할만큼 많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제목은 나폴레옹과 조세핀 또는 조세핀과 나폴레옹으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연말에는 가족을 생각하게 되는 시즌인데, 다음 영화는 부모 자식 관계를 다룬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해주신다고요? 

네, 우연의 일치겠지만 모녀간의 관계를 다룬 영화 두 편이 이번 주에 나란히 개봉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성 서사를 다룬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먼저 “교토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일본영화처럼 느껴지시죠? 일본 영화는 아니고, 다만 일본 교토가 한 시퀀스 정도 나옵니다. 

우리가 사실 어머니의 인생을 잘 모르잖아요. 마치 어머니는 태어나서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생각하죠. 내가 서른 살이 훌쩍 넘었는데 엄마의 비밀아닌 비밀을 알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부산 영도에서 홀로 세 자매를 키운 엄마가 있습니다. 첫째 딸은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고, 둘째는 서울에서 방송 작가를 하다 부산으로 돌아와요, 막내는 춤을 배우면서 서울에 가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엄마의 기억력이 요새 부쩍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속이 상한 딸들은 어느 날 우연히 엄마방을 뒤적거리다가 일본어로 된 오래된 편지를 발견합니다. 엄마는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요, 그래서 이 편지를 어렵사리 번역했다가 몰랐던 사실을 발견합니다. 엄마의 엄마, 즉 외할머니가 일본인이었던 겁니다. 
어렸을 때 교토에 살다가 부산에 와서 일본인 피가 섞였다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야했던 엄마의 일생과 각자의 인생 고민이 많은 세 딸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펼쳐집니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인데요, 인터뷰 들어보시죠.

김민주 감독: 실제로 저희 엄마의 어머니 그러니까 외할머니가 일본분이시고 외할아버지는 한국분이시고 그리고 어머니가 일본에서 태어나셔서 10대 초반에 한국으로 어쩔 수 없이 넘어오면서 외할머니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셨어요.

이 영화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부산 사투리입니다. 감독부터 주연배우들이 모두 부산 출신이고 영화 배경도 부산 영도라 젊은 여성들이 쓰는 생생한 방언이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특히 주연인 한선화 배우는 “영화의 거리”, “창밖은 겨울”이라는 영화에 이어서 젊은 세대의 부산 사투리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Q. 다음 영화는 ‘3일의 휴가’라는 영화네요. 김해숙 배우와 신민아 배우가 모녀를 연기했군요. 

네, 그런데 엄마 역의 김해숙 배우는 귀신입니다. 죽은 지 3년이 돼서 하늘나라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이승으로 내려와 외동딸을 만나러 온 겁니다. 

그런데 내려와 보니까 미국 명문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어야 할 딸이 시골집에서 백반 장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엄마는 억척스럽게 돈을 벌면서 혼자 딸을 키웠지만 딸 신민아는 엄마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친척집에 맡겼던 걸 원망하면서 엄마 살아생전에 쌀쌀맞게 대했습니다. 딸은 그걸 후회하면서 풀리지 않는 감정에 괴로워합니다. 

그런데 그런 딸을 보는 엄마는 귀신이니까 직접 대화가 불가능하잖아요, 그런 묵은 감정들, 부모자식 간의 오해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또 영화 초반에 시골집에서 음식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때 영화 ‘리틀 포레스트’ 분위기도 나고 연말에 그리운 집밥 생각, 집밥 냄새도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주연인 김해숙씨와 신민아씨의 얘기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김해숙 배우: 저도 한때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또 지금은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저희 어머니 나이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시나리오를 딱 보는 순간 소름이 끼쳤어요.
신민아 배우: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난 이들 혹은 지금 너무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충분히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영화는 백남준 선생을 다룬 다큐 영화네요.

네 두 달 전에 있었던 일이죠. 서울 창신동에 있는 백남준 기념관을 서울시가 폐관한다고 했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죠?  

지금은 BTS도 있고 K팝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중예술가들이 한국에 많지만, 순수예술쪽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한국 출신 유명한 음악가와 화가 등도 있지만 세계 예술계에서 장르 자체를 창조한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는 인물은 사실 백남준 선생이 유일하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가 바로 백남준이죠.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고 평가도 높이 받는 예술가인 백남준 선생의 진면목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백남준 선생은 미술, 음악, 철학을 전공하고 처음에는 퍼포먼스 아트를 출발했기 때문에 유명하지만 막상 그가 어떤 예술을 했는지는 잘 모르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 백남준이 어떤 아티스트였고, 세계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포함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었을 것 같지만, 미국 영화구요, “미나리”, “성난 사람들” 등으로 잘 알려진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이 프로듀서와 내레이션으로 참여했습니다.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됐고 영국 가디언이 뽑은 올해의 영화 미국 편 50선에 들어갔습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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