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가 발전소에서 혼자 일하다가 숨진 지 5년 만에 오늘(7일)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원청업체 대표에게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가 확정했고, 다른 임직원들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유족 측은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용인했다고 반발했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 청년이 석탄 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4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검찰은 당시 방호 조치 없이 점검 작업이 이뤄졌고 2인 1조 작업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 임직원들을 지난 2020년 재판에 넘겼습니다.
원청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는데, 1·2심 법원은 최고 책임자였던 원청업체 서부발전의 김병숙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원청과 숨진 김 씨 사이의 실질적 고용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김 전 사장이 작업 환경을 점검할 직접적 의무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김 씨 사망을 계기로 원청 사업주에게도 책임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이번 재판에는 소급 적용되지 못한 것입니다.
원청과 하청업체 임직원 10명에 대해서는 안전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 등이 인정돼 유죄가 확정됐지만, 모두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유족은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용인했다고 반발했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대법원의 부당한 판결에 의해 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차후 역사는 제대로 판단해줄 거라 생각합니다.]
양대 노총은 법원이 '위험의 외주화'를 부추겼다고 비판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황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