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인간은 합리적이지만 또 비합리적인데요…

[뉴스페퍼민트] (글: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스프 NYT 뉴스페퍼민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인지에 대한 논쟁의 역사는 무척 깁니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인간의 무지, 곧 비합리성을 지적한 것입니다. 반면 플라톤은 인간의 이성, 곧 합리성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인간의 고유 능력이라 말했습니다.

물론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인지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준을 정해야 하겠지요. 대부분 인간이 대부분 동물보다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데는 대부분 사람이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수많은 오류를 끊임없이 범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합리적이란 것이 무엇인지 잠깐 생각해 봅시다. 바로 떠오르는 정의는 자신의 의도나 목적과 일치하는 선택 혹은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인 인간도 이와 비슷하게 정의됩니다. 곧, 인간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인간의 합리성을 가정한 경제학은 현실과 유리된 이론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위의 정의를 바탕으로 보면 인간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매우 분명한 사실입니다.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비합리성 또는 편향을 발견하고, 그 목록을 추가하는 것은 20세기 심리학의 주된 조류 중 하나였습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이 애초에 가진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호하는 편향으로 인간 사회의 많은 현상을 매우 잘 설명했습니다. 미래보다 현재를 선호하는 '미래 할인(temporal discounting)' 편향도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편향입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네만은 인간이 가진 편향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이는 앞서 경제학이 가졌던 합리적 인간이라는 가정을 반성하는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낳았습니다.

물론 인간이 이유 없이 합리적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위의 미래 할인은 미래가 오늘날처럼 확실하지 않고 당장 내일의 삶이 불확실했던 과거 조상들의 환경에서는 더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습니다. 곧, 편향 중에는 이렇게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판단 기제가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또 다른 편향은 인간이 가진 어림짐작(heuristic)들입니다. 이는 당장 자신이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오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이런 어림짐작이 오히려 더 합리적인 판단 기제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만약 인간의 이런 비합리적 행동에 나름의 규칙이 있다면 우리는 환경, 곧 인간이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외부 정보를 조종함으로써 해당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겁니다. 넛지는 바로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합니다. 대표적인 넛지인 패스트푸드 메뉴의 칼로리 표시는 건강을 원하는 이가 메뉴를 선택할 때 이를 참고함으로써 자신의 평소 생각에 더 가까운 메뉴를 고를 수 있게 유도합니다.

하지만 넛지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말로 그 넛지들이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10여 년 전 미국의 심리학계에서 출발해 이제 모든 학문 영역으로 번지고 있는, 과거의 실험 결과 중 의심스러운 것들을 모두 한 번은 의심하게 만드는  재현성 위기가 있습니다. 이는 이미 이루어진 실험에 대해 유의미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가설을 변경하는 행위나 원하는 결론을 얻고자 새로운 통계 기법을 적용하는 행위 등을 함으로써 해당 연구가 재현할 수 없게 된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그 자체로 과학 전반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증명하고자 하는 가설과 사용할 통계 기법 등을 실험 전에 미리 등록하는 방법이 권장되고 있으며, 현실에서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이 넛지들이 개인의 판단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사고로 사망할 때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서약에 관해 기본값을 ‘기증함’으로 두고 이를 거부하는 이들만 장기를 기증하지 않게 했을 때 사람들의 장기 기증 비율은 크게 올라간 사례는 넛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세상에는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가 있고, 장기 기증자가 늘어나는 것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넛지는 개인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고민도 없이 결정하게 떠미는 효과도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