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출입 당시 한 간담회에 초대받아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나마 산재 문제에 관심이 많은 기자로 불려 간 자리였습니다.
"왜 언론은 어린이나 청년의 죽음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한 가장의 죽음은 잘 다뤄주지 않나요?"
그는 60대 건설 노동자의 죽음도 충분히 한 가정을 파괴하는 비극적인 일인데, 왜 이렇게 언론은 무관심하냐고도 물었습니다. 혹시 광고주의 압력이나 데스크의 압박이 있어서 그런 거냐고, 정말 이유를 알고 싶다는 눈빛으로 물어보던 그에게 뭐라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는 4년 전 부산 경동건설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정순규 씨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생업을 접고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은' 경동건설을 상대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60대 건설 노동자의 죽음을 비롯해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산재가 뉴스가 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산재한 산재'에 대해 노동 담당 기자조차 무뎌져서 그런 것 같다는 말을 그날 그 자리에선 차마 내뱉지 못했습니다. 얘기되는 죽음과 그렇지 않은 죽음을 나도 모르게 평가했던 지난날에 대한 반성도 있었습니다.
고 김용균 그 이후, '위험의 외주화' 얼마나 나아졌나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또다시 적용 유예?
당시 중기부 출입이었던 저는 천안의 한 중소기업을 찾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중소기업의 고충을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대기업처럼 안전보건 예산 마련 자체가 어렵고, 고용노동부의 중처법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키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준비 시간을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며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면 소규모 사업장은 기업 운영을 포기하거나 범법자만 양산될 우려가 높다"라고 호소하기도 했죠.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또다시 흐른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