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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있는가?

[뉴욕타임스 칼럼] Is South Korea Disappearing?, By Ross Douthat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로스 더우댓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전 세계 선진국들은 꽤 오래전부터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와 씨름해 왔다. 그중에도 한국의 사례는 눈에 띄는 연구 대상이었다. 부유한 나라들은 대개 출산율이 자연 대체율(2.1) 이하로 내려가는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출산율이 아무리 낮아도 여성 한 명이 1.5명 정도를 낳는 수준까지 내려가는 게 보통이다. 예를 들어 2021년 미국의 출산율은 1.7, 프랑스는 1.8, 이탈리아는 1.3, 캐나다는 1.4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인구 감소 추세는 단연 돋보인다. 1980년대 자연 대체율 이하로 떨어진 한국의 출산율은 최근 들어서도 계속 내려가고 있다. 2018년에는 출산율이 1보다 낮아지더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0.8로 떨어졌고, 올 2분기, 3분기 잠정 데이터의 예상치를 보면, 출산율은 0.7로 더 낮아졌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자세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출산율이 0.7이라는 말은 곧 전체 인구가 200명이라면 자식 세대에 인구가 70명으로 준다는 뜻이다. 14세기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보다 더 빨리 인구가 줄어드는 셈이다. 자식 세대를 지나 손주 세대까지 가면, 산술적으로 처음 200명이던 인구는 25명이 된다. 그리고 그다음 세대에는 스티븐 킹의 소설 "더 스탠드" 속에 등장하는 슈퍼 독감으로 인구가 급감한 때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여느 신문 칼럼니스트가 그렇듯 나는 대체로 저출생 현상에 경종을 울리고자 글을 쓰는 편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내가 낙관론자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만 해도 인구 폭발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들은 가파른 인구 증가세가 아무런 제동을 받지 않고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가정은 틀렸다. 마찬가지로 나는 비관론자들이 사람들의 적응력을 너무 간과했다고 생각한다. 한때 미국 사람들이 아이를 덜 낳거나 안 낳으면 22세기엔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미쉬 공동체 사람들이 끝없이 증식해 미국을 지배할 거라는 우려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추세 속에 번성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을 이유를 찾아낼 거고, 사람들도 생각을 바꿀 것이므로, 저출생 추세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낙관론의 관점에서 나는 한국의 출산율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 머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산술적으로는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 낮게 유지되면 현재 5,100만 명인 한국 인구는 몇십 년 뒤엔 수백만 명으로 쪼그라들 텐데, 그럴 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60년대 후반이면 한국 인구가 3,500만 명 이하로 급감할 거라는 추산은 신빙성이 있다. 이 정도로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한국 사회를 전례 없는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인구 구조가 급격히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바뀌는 사회는 두 갈래로 난 길 앞에 선다. 급격한 경제적 후퇴를 받아들이는 길 혹은 외국인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길이다. 서유럽의 사례를 보면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한 수준의 이민자가 유입되자, 사회가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급격히 노령 사회가 되면, 사회는 노인을 온전히 부양할 수 없게 되고, 곳곳에 유령 도시와 폐허로 변한 고층 빌딩이 속출한다. 노인들을 부양하는 일을 빼면, 경제 전반에 제대로 된 생산 부문이 어느 하나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몇 안 되는 젊은이들은 사회를 등지고 다른 나라로 떠나려 할 것이다. 현재 출산율 1.8로 한국보다 훨씬 높은 북한은 한국이 지금처럼 군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 언젠가 한국을 침략할 수도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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