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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울산사건 1심 판결로 본 '임·조·이' 재수사 가능성

[취재파일] 울산사건 1심 판결로 본 '임·조·이' 재수사 가능성
지난달 29일,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하 울산사건)' 1심 판결이 내려졌다. 크게 '경찰의 하명 수사 의혹'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공약 지원 의혹', '후보자 매수 의혹'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경찰의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유죄, 나머지 2개 의혹엔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 못지않게, 혹은 1심 판결보다 더욱 관심이 쏠렸던 건 기소되지 않았던 다른 인물들에 대한 재수사 여부다. 현재 서울고검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한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고검은 울산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기다려 왔다고 볼 수 있는데, 판결문에서 항고 사건으로 검토 중인 인물들이 어떻게 언급되는지,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 관계가 얼마나 인정되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울산사건 1심 판결문 등을 토대로 가장 관심이 쏠리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울산사건 발생 당시 직함 기준)의 재수사 가능성을 짚어보자.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청와대에서 만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공약 지원 의혹'과 '후보자 매수 의혹'에서 언급된다. 그런데 '공약 지원 의혹'과 관련해서는 2017년 10월 11일,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청와대에서 만났고, 이후 임종석 전 비서시장이 비서실을 통해 이진석 당시 사회정책비서관에게 연락해 송철호 전 시장과 이 비서관이 만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사실상 판결문에 언급된 전부다. 검찰의 2021년 4월 9일자 불기소 결정서에는 '공약 지원 의혹'과 관련해 임 전 비서실장은 언급되지 않는다. '공약 지원 의혹'에 대한 무죄가 선고됐고, 임 전 비서실장의 관여 정황도 구체적이지 않은 만큼 해당 의혹과 관련해 임 전 비서실장에 대한 재수사가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후보자 매수 의혹'과 관련해 임 전 비서실장이 언급되는 건, '공약 지원 의혹'에 비해 좀 더 구체적이다. 후보자 매수 의혹의 핵심 인물은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2018년 울산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 입후보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임 전 최고위원에게 공직을 제안해 주저 앉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당시 변호사를 민주당 후보로 단독 공천하려고 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 의혹과 관련해 임 전 비서실장은 2017년 6월 초순경 서울의 한 식당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임 전 최고위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임 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이 끝나면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울산사건 1심 재판부는 인정했는데, 이 발언은 '공직 매수 의혹'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사건의 핵심 증거인 이른바 '송병기 수첩'에 임 전 비서실장이 언급된 점 등을 근거로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임 전 비서실장이 '본건 범행(후보자 매수 의혹)에 가담하였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적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울산사건 1심 재판부 판결문에서도 드러나듯 이후 임 전 최고의원과 접촉한 당사자는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고, 임 전 비서실장의 이후 관여 정황은 드러나지 않는다. 정치인 출신으로 지방선거를 관심 있게 챙겼을 것으로 보이는 임 전 비서실장이 한병도 당시 수석과 임 전 최고위원의 접촉을 챙겼을 것이라는 건 합리적 의심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지만, 한병도 수석에 대해서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상황이라 임 전 비서실장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죄 판결 받은 두 비서관의 상관, 조국 전 민정수석

조국 전 장관, 평산마을 책 사인회 (사진=연합뉴스)
▲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하명 수사 의혹'과 '후보자 매수 의혹' 부분에서 언급된다. 무죄가 선고된 '후보자 매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송병기 수첩'에 조 전 수석이 언급된 점 등을 근거로 '범행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적고 있다.

그런데 1심 재판부의 판결문에서 조 전 수석은 '후보자 매수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수석이 송철호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지냈다는 것 외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대로 '후보자 매수 의혹'은 무죄가 선고되기도 한 만큼, 검찰이 해당 의혹에 대해 조 전 수석을 재수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 전 수석의 재수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결문 상에서 사실로 인정된 정황들, 그리고 무엇보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상관이 조 전 수석이라는 사건의 구조적 측면이 주된 이유다.

'하명수사 의혹'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과 관련한 첩보를 생산해 경찰청을 통해 울산지방경찰청으로 내려 보냈고, 이후 반부패비서관실과 민정비서관실이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받으며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주된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울산사건 1심 재판부는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은 경찰의 수사상황 보고서를 즉시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되도록 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재판부가 민정비서관실이 감찰 대상이 아닌 공적 인물, 특히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적 인물과 관련해 경찰청에 첩보를 내려 보낸 건 울산시장 건이 유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경찰의 중요 수사 진행 상황은 통상 국정기획상황실로 보고되는데, 민정비서관실이나 반부패비서관실에만 보고되는 보고서는 해당 비서관실이 별도로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경찰청 관계자 진술을 수용한 것은 조 전 수석의 관여 의심을 더욱 키우는 부분이다.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첩보가 생산돼 경찰청으로 내려갔는데, 민정수석실의 수장인 조국 전 수석이 몰랐을까. 특정 정치인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이 국정기획상황실을 경유한 것이 아니라 직접 민정라인으로 보고됐다면 조 전 수석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조 전 수석이 '하명 수사 의혹'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은 추론이 아니라 증거에 따라 이뤄진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검찰 수사 때는 물론 재판에서도 "첩보 내용과 경찰청에 대한 첩보 하달,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을 조 전 수석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구조상 조 전 수석의 관여 여부를 의심할 수는 있지만, 이를 입증하는 증거는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검찰이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강한 의심' 등의 문구를 넣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상황 변동의 가능성이 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이 항소심에서 책임을 덜기 위해 기존의 입장을 바꾼다면, 상황은 바뀔 수가 있다. 결국 조 전 장관에 대한 재수사 여부는 백원우 전 비서관 등의 입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김기현 첩보' 가장 먼저 보고 받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사진=연합뉴스)
▲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후 민정비서관 지냄)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언급된다. 그런데 사건의 배경이나 인물과의 관계를 제외하고,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범행'과 관련해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나 조국 전 민정수석에 비해 가장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게 이 전 선임행정관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통령비서실이 감찰 대상이 아닌 선출직 공무원이나 민간인에 대하여 비위 정보를 수집하여 수사기관으로 이첩하는 건 정당한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이 감찰 대상이 아닌 선출직 공무원이나 민간인에 대한 비위 정보를 수집하여 수사기관으로 이첩하게 된다면,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적고 있기도 하다. 선출직 공무원 등에 대한 첩보 수집, 첩보 이첩 모두에 대한 판단이다.

그런데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생산한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첩보 보고서'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앞서 보고 받고, 백 전 비서관에게 보고한 사람이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다. 이 전 선임행정관이 해당 첩보의 경찰청 이첩에 관여하거나 이첩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판결문 상에서 확인되지 않지만, 최소한 업무 범위를 벗어난 첩보의 존재 여부는 자신의 휘하에 있던 행정관에게 보고 받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경찰 수사 보고 상황은 이 전 행정관이 문제의 첩보가 경찰로 이첩되었음을 알고 있었거나 최소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더하는 부분이다. 민정비서관실은 수사를 보고 받는 부서가 아님에도 울산 사건의 수사 상황이 보고되기도 했는데, 해당 수사 상황 보고를 받은 경찰 출신 행정관의 직속상관이 이광철 전 선임행정관이다.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이런 정황 등 때문에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이광철 전 선임행정관이 "본 건 범행(하명 수사 의혹)에 가담하였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적고 있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첩보의 보고 과정에 이광철 전 선임행정관이 관여된 게 확인됐기 때문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나 조국 전 민정수석에 비해 이광철 전 선임행정관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판결문으로 확인된 일말의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추론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 전 선임행정관에게 해당 사건 첩보를 보고했다는 행정관은 해당 첩보가 경찰에 이첩됐는지 여부는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고, 첩보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첩보 전달 및 경찰 이첩 사실을 이광철 전 선임행정관과 공유했는지 여부는 판결문이나 불기소 결정서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전 선임행정관에 대한 재수사 여부도 관련자들의 입에 달린 형국인데, 사건의 구조와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 관계를 감안할 때 검찰이 재수사 여부를 빨리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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