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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씨가 말랐다…"배 접어야 하나" 벼랑 끝 어민들

<앵커>

요즘은 동해안에 가도 '수입 오징어'들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징어가 사실상 '실종' 상태라는데 소환욱 기자가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속초항입니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한창 조업 준비에 바쁠 시간인데, 항구에 묶인 배들이 썰렁합니다.

그나마 조업을 준비하는 배들에서는 다른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박정기/오징어잡이 어민 : 오징어는 이제 뭐 배를 접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까지 지금 하고 있는 사람들 그런 상황이에요.]

오징어가 안 잡히다 보니, 이 배는 9월부터 석 달째 조업을 못 나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인 겁니다.

속초항 오징어잡이 배 20여 척 대부분이 아예 조업을 포기한 상태고, 비슷한 규모의 인근 주문진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선이 잡아 온 오징어를 말려 팔던 덕장에는 남대서양에서 온 수입 오징어들이 대신 널려 있습니다.

[양현도/건어물 업체 대표 : 올해는 서해안도 약간 양이 주춤하고 동해안은 아예 없고. 30년 내가 올해 딱 30년 됐는데 처음이에요.]

10년 전만 해도 15만 톤 이상이었던 연근해 오징어 생산량은 꾸준히 줄어 올 들어 10월까지 2만 톤을 갓 넘겼습니다.

지난달 오징어 생산량은 1년 전에 비해서도 40% 수준에 불과합니다.

어시장에서는 이따금 들어오는 오징어가 '금징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김순희/어시장 상인 : 양이 없어서 저것(10마리)밖에 못 받아 놓은 거예요. 예전보다 비싸니깐 잘 드시지도 않고, (가격이) 많이 오른 거죠 두 배 정도.]

올해는 냉장 오징어 기준으로 kg당 평균 2만 원을 넘긴 상태입니다.

수온 상승과 중국 어선들의 남획이 오징어 실종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어민들은 당장의 소득 보전은 물론, 어선 감척을 통한 근본적인 어업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윤국진/강원도 연안채낚기복합 연합회장 : 사라진 명태로 인한 특별 감축 시행으로 어업인들이 기사회생한 것처럼 정부에서 오징어로 인한 재난 재해 급 특별 감척을 대대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미 자취를 감춘 명태처럼 동해에서 오징어를 볼 수 없는 날이 곧 닥칠지도 모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신세은, VJ : 김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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