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로맨스 스캠' 시나리오 보니 "성별 · 직업 · 국적 바꿔가며 사기"

'로맨스 스캠' 시나리오 보니 "성별 · 직업 · 국적 바꿔가며 사기"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SNS 등으로 호감을 쌓은 뒤 연애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가해자 상당수가 국적과 직업은 물론 성별까지 바꾸는 수법을 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지 '한국범죄학'에 실은 논문에서 로맨스 스캠 범죄로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73건 판결문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분석 결과 가장 많이 동원된 로맨스 스캠 시나리오는 '돈과 선물을 보내려고 하니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해달라'는 수법이 전체의 57%를 차지했습니다.

본인이나 가족의 처지가 어렵다고 호소하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19%, 짐을 보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내달라는 경우는 15%였습니다.

또 대부분 가해자는 피해자에 따라 다양한 직업과 국적은 물론 성별을 혼합해 사칭했습니다.

한 피고인은 '시리아에 파병 온 한국계 미군 여성', '시카고에 거주하는 컨설턴트', '한국에 진료차 올 예정인 미국 의사'를 사칭하며 갖가지 방법으로 돈을 뜯어냈습니다.

또 다른 피고인은 '폴란드 석유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영국 금융감독원 고위 여성 간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소장' 등을 번갈아 사칭했습니다.

이들이 사칭하는 국적은 미국이 43%로 가장 많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예멘, 프랑스도 자주 이용됐습니다.

사칭 직업은 군인이 32%로 가장 많았고 의사(15%), 승무원(2%), 회사원(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를 혼합해 사기를 친 경우도 25%나 됐습니다.

박 교수는 "가해자들은 실제 성별과 상관없이 만들어 낸 프로필의 성별을 피해자에 맞춰 던지는 방식으로 성별을 설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범죄 피해 규모는 최소 2만 원에서 최대 13억 8천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2억 원 이상'(21%)과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21%) 피해가 가장 많았고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16%), '1억 원 이상 2억 원 미만'(15%)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평균 피해액은 1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기를 쳐 1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난 피고인 전부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평균 형량은 2년으로, 최소 2개월에서 최대 8년까지 선고됐습니다.

그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은 8%에 그쳤습니다.

박 교수는 "로맨스 스캠 범죄는 다른 사기 사건보다 피해자가 특히 숨게 되는 범죄로 신고에 의해 범죄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신고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와 보이스피싱 범죄와 같은 맥락의 사회적 예방 작용이 작동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