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백만장자 개가 그림을 고르면, 불태운다? 《불타는 작품》 [북적북적]

백만장자 개가 그림을 고르면, 불태운다? 《불타는 작품》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402: 백만장자 개가 그림을 고르면, 불태운다? 《불타는 작품》

'스마트폰보다 강력한 소설'. 윤고은 작가의 신작 장편 《불타는 작품》을 한 마디로 설명하라면? 여러 수식어를 제치고 최종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수 없는 시대, 책을 읽으면서도 스마트폰의 강력한 도파민이 떠올라 손이 들썩거려 본 경험, 대부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한탄해온 독자일지라도 《불타는 작품》을 읽는 동안만큼은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스마트폰이라는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깨끗이 잊게 된다.

<북적북적>에서 이번 주 소개하는 책은 《불타는 작품》(윤고은 지음, 은행나무 펴냄)이다. 사람을 능가하는 사진 촬영 능력을 인정받아 유명세를 탄 개 '로버트'가 백만장자의 상속을 받아 '로버트 재단'을 만들고 예술가를 후원하는데, 조건은 로버트가 고른 작품을 불태워야 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로버트가 작가님께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론, 작가님이 어느 잡지와 나눈 인터뷰가 놀랍도록 지금 상황과 들어맞는 것 같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9년 전인가요, 10년 전인가요. 마당 딸린 개를 기다린다고 말씀하셨던 것. 기억하십니까?"
"그랬나요. 아마 동물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 마당 딸린 개를 기다린다고 했었죠."
"참 재미있는 상황입니다. 로버트에게 마당이 있으니까요. 마당 딸린 개로부터 초대를 받으신 겁니다."
-《불타는 작품》 中

로버트 재단은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작품 제작을 지원한다. 그리고 '마당 딸린 개' 로버트가 고른 작품을 전시회에서 불태움으로써 작가의 당혹감을 전시회에 온 모두가 지켜보고, 그 작품과 이 모든 과정이 그 작가 인생에 있어 '최고의 순간'이 된다는 것이다.

'로버트 재단'의 지원 작가가 된 '안이지'(스물여섯에 화려하게 떠올랐으나, 이후 인생이 꼬이기 시작해 지금은 배달앱 라이더가 된 인물)는 황당한 조건을 받아들이고 미국으로 출발한다. 안이지 앞에는 어떤 장소와 상황과 인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북적북적>에서 이번 주 《불타는 작품》을 소개하며 가장 주력한 점은 '스포일러가 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책의 도입부터 끝까지 허물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긴장감과 방심할 수 없는 사건들, 작가에게 쥐락펴락되는 재미를 한 치도 뺏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몇 줄의 줄거리만으로는 이 책 속,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그러면서도 현실에 능히 있을 법한 핍진성, 곳곳에 포진한 풍자, 영화처럼 눈앞에 그려지는 장면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 직접 읽는 수밖에. 그래서 오늘 <북적북적>에서는 청취자분들을 이야기의 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는 딱 그 지점까지만 안내한다. 팟캐스트를 듣고 나서 책을 읽다 보면 '아, 조기자가 이래서 그렇게 말했었구나' 하실 것이다.

윤고은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전작을 읽고 싶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불타는 작품》을 통해 윤고은 작가를 알게 된 독자라면, 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지 않을 재간이 없다.

*출판사 '은행나무'의 낭독허락을 받았습니다.
*편집- 강소진 PD

▶ <골룸: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는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애플 팟캐스트'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 '네이버 오디오클립' 접속하기
- '애플 팟캐스트'로 접속하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