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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보호'는 말뿐이었나…미국,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 등 제공한 사실 드러나

'민간인 보호'는 말뿐이었나…미국,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 등 제공한 사실 드러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미국이 '벙커버스터'와 고화력 항공폭탄을 대거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하 벙커에 있는 하마스 핵심인사와 주요 군사시설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라지만 전투원과 민간인이 뒤섞인 가자지구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현지시간 1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미국은 이스라엘에 항공폭탄 1만 5천여발과 155㎜ 포탄 5만 7천여발을 비롯한 대량의 무기를 전달했습니다.

이 매체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러한 무기 중에는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BLU-109 항공폭탄 100발도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2천 파운드(약 907㎏)급 항공폭탄인 BLU-109는 지연신관이 달려있어 목표물과 접촉하자마자 터지는 대신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의 무기입니다.

철근 콘크리트를 거의 2m까지 관통할 수 있어 지하 시설물이나 강화진지 등의 표적을 파괴하는 데 쓰입니다.

미국은 여기에 2천 파운드급 MK84 무유도 항공폭탄 5천400여발과 500 파운드(약 226㎏)급 MK82 무유도 항공폭탄 5천여발, 재래식 항공폭탄에 정밀타격 능력을 부여하는 업그레이드 키트인 합동정밀직격탄(JDAM) 3천개 등도 함께 보냈습니다.

가자지구 일대에 흩어져 있는 하마스의 땅굴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공습해 파괴할 무기 위주로 원조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하마스의 지하시설 상당수가 인구가 밀집한 주거지역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벙커버스터로 땅굴을 무너뜨리면 주변 민간인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 이스라엘군이 최근 가자지구 최대도시인 가자시티 북쪽 자발리아 난민촌의 하마스 지하시설을 미국제 대형 항공폭탄으로 공격했을 때는 100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국무부 자문 변호사 출신의 법조인 브라이언 피누케인은 "문제는 폭탄을 떨어뜨린 땅굴 위에 민간인 수만 명이 사는 거대한 난민촌이 있다는 점"이라면서 "민간인 피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폭발력이 약한 무기를 쓰라고 촉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썼던 고화력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한 건 일관성 없는 행태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마스는 유대 안식일인 10월 7일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천20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학살하고 240여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았습니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무기를 원조했으나, 이후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국내외 여론이 악화하자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라며 이스라엘을 외교적으로 압박해 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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