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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인간은 언제까지 종교를 필요로 할까요?

[뉴스페퍼민트] (글: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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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스프 NYT 뉴스페퍼민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종교를 필요로 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거의 모든 문화에는 종교가 있었고 사람들은 무언가를 믿었습니다. 사실 문화에 종교가 있었다기보다는 종교 자체가 문화를 만들었고 그 문화의 중심에 종교가 있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겁니다. 2012년 PEW 리서치의 조사 결과는 여전히 인류 중 84%가 종교를 가지고 있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과학기술은 자신들이 장차 종교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임을 계시하는 순간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습니다. 원자폭탄이나 달 착륙, 시험관 아기 등은 과거에는 상상으로만 가능했고 신의 영역이라 여겼던 자연과 우주의 신비가 인간의 지식으로 풀릴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21세기 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여러 선진국의 조사에서 나오는 21세기 종교 인구의 급격한 하락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인간은 왜 종교를 필요로 했던 걸까요? 그 이유는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가지며 과학은 어떻게 종교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걸까요? 지난 11월 15일,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스 두댓은 최근의 한 사건을 이야기하며 인간이 종교를 필요로 하는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썼습니다. 

 
 

종교의 세 가지 역할

그는 종교의 필요성, 혹은 역할을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모든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삶의 순간순간 고통을 느낍니다. 따라서 이 두려움과 고통을 해결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또, 자연과 우주의 경이로움에 비해 깃털과 같이 덧없는 자신의 인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종교는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종교는 집단을 결속시키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여기며 이들을 차별적으로 선호하는 내집단 충성이라는 매우 강력한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본성 하에서 종교는 편을 가르는 매우 효율적인 도구였습니다. 종교는 또한 자신의 행동을 누군가 관찰하고 기록할 뿐 아니라 먼 훗날 이를 평가하리라는 믿음을 줌으로써 사람들을 더 도덕적으로, 친사회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집단의 신뢰비용을 낮추어 집단의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위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종교는 이에 대응하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개인적 필요를 채우기 위해 종교는 개인의 믿음을 요구하며, 이를 갈고닦기 위한 수행을 권장합니다. 수도승이나 수녀, 스님 등 많은 종교가 세상을 벗어나 홀로 진리를 탐구할 것을 가르칩니다. 반면 사회적 역할을 하기 위해 종교는 축제의 모습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는 주기적으로 신도를 모아 열광적 행사를 개최하며 사람들은 그 행사를 통해 집단이 주는 고양감과 고무의식을 느끼고 신의 부름과 깃듬을 경험합니다.

두댓은 여기에 종교의 또 다른 측면을 추가합니다. 곧, 인간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세상과 마주쳤을 때 느끼게 되는 낯섦이 바로 인간이 종교를 필요로 하게 되는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세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모델을 필요로 하며, 이 모델에 어긋나는 현실과 부딪혔을 때 커다란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을 살며 늘 경험하듯 세상은 우리의 예측과 다르게 돌아가며, 그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와 함께 종교에 대한 필요를 느낍니다. 사업 실패나 가까운 이의 죽음, 배신에 의한 상실이 사람들을 종교에 귀화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두댓은 세상은 충분히 기이하고 낯설기 때문에 종교에 의지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거듭 이야기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 세 가지 역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거의 모든 종교에 존재하는 초월적, 초자연적인 존재, 곧 신이라는 것입니다. 신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나 자신을 나 자신보다 더 잘 알 정도로 나를 사랑하며, 따라서 나의 두려움을 없애고 고통을 줄여주도록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최적의 존재입니다. 그리고 신의 사랑을 받는 나는 인생의 의미를 가지게 되며, 내 일거수일투족이 관찰되고 평가되기에 나는 신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도덕적이고 충실한 신자가 됩니다. 신과 함께한 나의 믿을 수 있는 교우들의 존재는 이승에서의 삶을 더 풍요롭고 자신감 넘치게 만들어줍니다.
 

과학과 종교는 양립할 수 있을까

21세기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신은 초자연적 존재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미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과학과 충돌합니다. 과학은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냉정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자연법칙으로 자연을 설명하며 자연법칙은 자연의 일관성이라는 믿음 하에 성립합니다. 자연의 일관성은 과학이 근거한 가장 큰 믿음이자 우리로 하여금 원자폭탄을 만들고 달에 인간을 보냈으며 21세기 주머니 속에 들어간 도구로 지구 반대편의 친구와 이야기하게 만들어준 가장 든든하고 확실한 경험적 법칙입니다. 

만약 초자연적 현상이 관찰된다면, 자연의 일관성은 이 현상을 반복적으로 관찰되게 만들 것이며 과학은 이를 실험으로 바꾸어 우리가 가진 기존의 자연법칙을 더 정교하게 혹은 새롭게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 현상은 최신 자연법칙으로 설명가능 해지며 더 이상 초자연적 현상이라 불리지 않게 됩니다. 곧, 과학은 초자연적 현상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는 자연주의라 불리는 과학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물론 과학 내부에도 종교에 대한 여러 입장이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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