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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싸구려를 좇는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될 대가는

[뉴욕타임스 칼럼] The High Stakes of Low Quality, By Yvon Chouinard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이다.
 

벌써 5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아내 말린다와 나는 탄소강으로 만든 부엌칼을 하나 사서 지금까지 그 칼을 잘 쓰고 있다. 관리만 잘하면 우리 자식은 물론이고 대대로 물려줘서 쓸 수 있을 것 같다.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싸구려 칼은 녹이 잘 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토마토도 제대로 썰지 못할 만큼 날이 무뎌서 문제다.

값이 싼 제품은 대충 만들어서 금방 버려져도 상관없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다. 이 일련의 과정이 인간과 지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인류는 1999년부터 지속가능한 수준보다 훨씬 많은 지구의 자원을 소비해 왔다. 매년 수십억 톤씩 초과해서 자원을 쓰게 만드는 주범은 멀리 있지 않다. 조악한 도구부터  패스트 패션에 이르기까지 어느 날 반짝 유행했다가 이튿날이면 쓰레기가 되고 마는 물건들을 마구 사(고 버리)는 우리의 과소비가 주범이다.

최근 들어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자원을 마구잡이로 캐는  노천채굴이 덩달아 늘었다. 고무 수요는  열대우림을 파괴한다. 희토류나 고무 등 천연자원을 이용해 최종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뿜어내는 탄소는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 탄소량의 20%에 이른다.

국제 무역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나 환경 파괴의 피해는 보통 가장 취약한 지역에 사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가된다. 몇몇 소수만 혜택을 누리고,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을, 나아가 궁핍함을 주는 지구적인 차원의 불평등 때문이다. 서유럽과 미국 사람들의 상품 수요로 인해 공장이 쉼 없이 돌아가는 중국에서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10만 명 이상이 조기에 사망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싸구려를 산다. 지금 세상에서는 낡은 물건을  고쳐 쓰는 것보다 새 물건을 사는 편이 더 싸다. 내 물건을 세심하게 다루는 게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날 사회에선  소비가 미덕이 됐다.

여기에는 제조업체와 마케팅 업체를 비롯해 기업의 책임이 매우 크다. 기업들은 배터리나 전구, 세탁기 등 온갖 제품이나 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의 배터리 수명을 일부러 짧게 설정하는 등 제품이 금방 구닥다리가 되게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기준을 만족하는 시제품을 보고 주문을 하면 처음에는 시제품과 같은 물건을 만들어 납품하다가  점점 그 품질이 떨어지는 일도 있다. 생산비용을 절감한다며 부품을 몰래 빼거나 싸구려로 바꿔치기하는 등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그 결과 평생을 혹은 몇 대를 물려가며 쓸 수 있어야 하는 물건들이 쓰레기 매립장에 쌓인다.

여기서도 피해는 구매력이 높지 않은 소비자들이 더 많이 받는다. 부자들은 장인정신이 깃든 좋은 제품, 적어도 싸구려는 아닌 준수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당장 값이 싼 제품을 샀다가 물건을 오래 쓰지 못하고 버리게 돼 결국엔 돈이 더 드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진다. 소설가 테리 프랏체트는 이 문제에 사회경제적 계층의  “장화 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한 켤레에 50달러 하는 품질 좋은 장화를 사 신을 수 있는 사람은 10년 동안 발이 젖을 걱정 없이 좋은 장화를 잘 신을 거다. 반대로 신발 한 켤레에 50달러라는 거금을 쓸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10년 동안 싸구려 장화를 자꾸 사느라 신발에만 돈을 100달러는 족히 쓰게 되는데, 그러고도 물이 새는 장화 때문에 발은 늘 젖어 있다.

싸구려를 쫓다가 큰일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일찌감치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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