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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창업지원패키지'가 놓치고 있는 것, 창업자들이 원하는 것

[스프칼럼] 진정한 역할은 '도움'(Help)이 아니라 '지원'(Support) (글 : 최화준 교수)

스프칼럼 최화준
국내 창업생태계의 빠른 성장에는 다양한 '창업지원패키지'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이 양적 성장에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질적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원 활동의 본질과 실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곧 지원이라는 창업패키지 제공자들의 보수적인 시각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원과 도움은 분명 다른 의미지만 차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빠른 이해를 위해 영어를 잠시 차용해 보겠다. 물에 빠진 외국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다급한 상황의 그는 무엇이라고 외칠까?

"Help me".

우리말로 '살려주세요'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그 누구도 "Support me"라고 외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도움(Help)과 지원(Support)의 차이가 짐작이 될 것이다. 도움(Help)은 수혜자가 무능력하다고 전제한 것이고, 지원은 수혜자가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있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우리말로는 종종 Help와 Support를 모두 '도움'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맥락적 상황은 분명 다르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여기서부터는 도움(Help)과 지원(Support)을 영어로 명기하고 글을 이어나가겠다.
 

창업패키지 프로그램과 금쪽이 창업자들

스프칼럼 최화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적지 않은 창업패키지들은 명목상 Support를 표방하지만, 실제적으로는 Help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방향성의 기저에는 창업자를 자생능력이 부족한 금쪽이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런 시각은 제공집단과 수혜집단간 불평등한 관계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양쪽 집단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통상적으로 창업패키지 제공집단 및 운영기관들은 지원금과 보육 공간 등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유형 자원을 제공한다. 이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창업자들은 수많은 의무 사항을 충족해야만 한다. 대표적으로 보유 공간 출석, 창업 관련 수업, 창업 멘토와의 미팅, 파트너사와 MOU 체결 등이 있는데, 이런 정량적 성과 지표와 관련하여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창업자들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성과 지표들은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보육 공간에 출석을 해서, 수업을 듣고 의무 시간을 채우는 것과 같은 활동들이 과연 스타트업의 의미 있는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까. 이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된 중고등학교의 학창 시절과 그때의 학습 효과를 떠올려보면 답이 될 것이다.

일례로 창업생태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진행되는 멘토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효과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진다. 일부 창업패키지는 멘토 미팅 횟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경우 패키지 수혜 창업자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정해진 횟수만큼 멘토와 미팅을 진행하고 결과 보고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만남과 배움을 강요하니 창업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그동안 많은 창업패키지들은 창업자들을 금쪽이로 간주하고 있으면서, 맞춤화된 금쪽 처방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원, 즉 Support가 목적이라면, 제공자와 수혜자의 관계는 갑을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 위에서 필요한 자원이 교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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