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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신라 공주 무덤, 다시 쌓는다…한국 고고학 '초유의 실험'

돔 지붕을 얹은 유적 발굴관, 2014년부터 9년간 정밀 발굴조사가 진행됐던 경주 쪽샘 44호분입니다.

비단벌레 날개를 엮은 금동 장식 말다래와 행렬도가 그려진 토기 등 5세기 후반 최고급 유물 780여 점이 쏟아졌고, 머리카락과 직물 같은 유기물도 썩지 않고 발견된 이곳의 주인은 특별했습니다.

[최응천/문화재청장 (지난 7월 4일) : (유물 등의 크기로 볼 때) "130(cm) 정도 키에 10살 전후의 어린 소녀, 즉 공주였기 때문입니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던 공주를 위해서 당시 왕실에서는 특별히 부장품을 제작했고….]

무덤 양식은 천마총, 황남대총과 같은 신라 마립간 시기 상징인 돌무지 덧널무덤.

나무곽에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하고 그 위에 돌무지를 덮어 봉분을 만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방식인데, 세월이 지나 나무가 썩으면 돌이 무너져내려 도굴이 불가능합니다.

최대 직경 30m의 무덤을 해체하며 나온 돌은 5t 트럭 200대 분량, 이제 고분을 다시 쌓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고대인의 방식 그대로 무덤을 축조하는 건 한국 고고학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김연수/국립문화재연구원장 : 여러 가지 기술적으로는 (축조 방식을) 보고한 적은 있습니다만 실제로 그 (무덤) 자리에 (보고한) 논리 그대로 과연 축조할 수 있는지 이 부분을 실험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겠습니다.]

발굴 조사로 확인한 21단계 축조 과정 가운데 향후 2년간 나무 기둥을 세우고 돌무지를 쌓은 뒤 시신과 부장품을 넣고 제단을 만드는 11번째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정인태/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신라의 대표적인 무덤인 적석목곽묘(돌무지 덧널무덤)의 구조와 여러 축조 기법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업 시작을 알리는 시연 행사는 평평하게 고른 땅에 말뚝과 끈으로 봉분의 범위를 표시하고 나무 구조물을 튼튼하게 세우는 초기 3단계 공정까지 진행됐습니다.

죽은 뒤에도 현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이른바 계세 사상이 지배했던 신라 마립간 시기 고분은 왕과 왕족의 사후 궁궐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당대 최고의 과학과 토목 기술이 총동원됐던 1500년 전의 대역사, 이를 재현하는 실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취재 : 박철희 TBC / 영상취재 : 이상호 TBC / 영상편집 : 이승희 / 화면제공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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