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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공격 투자형' 나오셔야 돼요"…규제 강화에 '꼼수'?

<앵커>

홍콩지수에 연계해 손익이 결정되는 파생 상품이 수조 원대 손실을 나을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죠.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대로 위험성을 안내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금융당국이 서둘러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과연 이 상품을 적절한 사람에게 팔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재작년 6월, 노후자금 9억 원을 은행에서 추천한 ELS 상품에 투자한 A 씨.

[A 씨/홍콩ELS 상품 계약자 : (ELS 상품인지) 전혀 몰랐죠. 담당자가 단지 (만기가) 6개월짜리 상품만 있다고….]

홍콩지수가 급락해 원금을 돌려받지 못했는데도, 은행 직원은 A 씨를 안심시켰습니다.

[국민은행 판매 직원 : 그렇게 엄청 위험하거나 마이너스가 나는 상품이 아니에요]

그런데 A 씨는 계약서상 본인이 '공격 투자형'으로 분류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선물·옵션 등에 투자한 적 있고, ELS에 투자한 9억 원은 전체 자산의 1/10이라고 설문에 응답한 걸로 나옵니다.

[A 씨/홍콩ELS 상품 계약자 : (공격 투자형으로 나오는데요?) 네. 그렇게 자기들이 만들어서 해놓은 거예요. 내가 9억을 투자했으면 90억이 있다고 그러는데 내 주민등록 쳐보면 내 재산 다 나와. 해봐라 이거야.]

역시 큰 손실이 났던 파생상품 DLF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상품은 공격적인 투자자로 분류된 사람에만 판매하도록 규제가 강화됐지만 창구에서는 꼼수 영업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B 씨/홍콩ELS 상품 계약자 : (처음에는) '안정형'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다시 '공격 투자형'으로 나와야 된다고 다시 작성하라고 그러더라고요. 가입을 유도하려고….]

일방적인 AI의 설명에 답변하는 과정도 문제입니다.

[AI 금융 서비스 : 지금까지 설명 드린 내용 모두 이해했다면 '네, 이해했습니다.']

[은행 고객 : 네.]

[이복현/금융감독원장 : 저도 잘 눈에 안 들어오고 안 읽히는 그런 상품들을 '네네' 답변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고 면제될 수 있는건지… (은행이)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식으로 들리는 게 아닌가.]

과거 DLF 사태 때는 위험을 알리지 않은 경우 최대 80%까지 배상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판매의 적합성'이 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은행들은 형식적으로는 충실히 지켰을 가능성이 높고요. 불완전 판매라고 주장을 하기가 이전 DLF 사태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거예요.]

금융당국은 홍콩 ELS 만기는 내년이지만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미리 책임분담 기준 마련에 착수했는데, 설명 여부는 물론 투자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를 집중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손승필·서동민·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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