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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농단' 징역 7년 구형에 임종헌 "사법부의 비극이자 잔혹사"

'사법 농단' 징역 7년 구형에 임종헌 "사법부의 비극이자 잔혹사"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습니다.

임 전 처장은 5년간의 재판을 마무리하는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에 대해 "사법부의 비극이자 잔혹사"라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검찰은 오늘(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결심 공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핵심 책임자인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헌법상 가치인 재판독립을 보장하고 신속·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필요한 권한을 위임받은 사법 행정권자였지만, 그의 지시에 따라 행정처 심의관들은 재판 독립을 위협하는 각종 연구·검토 활동에 동원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처는 일선 법관에게 재판 결론에 따른 사법부 조직의 유불리를 환기시키며 특정 판결을 요구 내지 유도해 재판 독립 환경이 파괴됐다"며 "우리나라 사법부 신뢰를 처참히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아마도 대한민국 사법사 75년과 향후 사법부 미래를 통틀어 가장 심각한 논쟁과 중대한 파장을 불러 올 역사적 재판으로 세인들의 뇌리에 영원히 기억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법부의 비극이자 잔혹사라고 평가될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 상황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난생 처음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면서 그 조서에 울분과 분노를 표출한 후배 법관들이 겪었을 심적 고통에 사죄를 드리고 앞으로 평생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소장에 신기루 같은 허상이 난무하고 공소사실은 주관적 추단으로 점철돼 있다"며 "재판부는 엄격한 형사법상 증거 법칙에 따라 증명되는 사안의 실체를 파악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검찰을 향해서는 "사법행정 업무를 하며 복수의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했고, 필요한 참고자료를 준비해 완벽하게 업무를 숙지해야 했다"며 "검찰은 이런 목적으로 작성된 여러 검토 보고서에 대해 작성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0월 구속된 후 500일 이상 이어진 구금생활 당시 심경을 언급하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2017년 2월 이탄희 전 판사(현 민주당 의원)의 인사발령 취소를 계기로 촉발된 '사법농단' 사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부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광범위하게 남용했다는 의혹입니다.

2018년 11월 임 전 차장을 시작으로 14명의 전·현직 판사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임 전 차장은 ▲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강화 및 이익 도모 ▲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 부당한 조직 보호 ▲ 비자금 조성 등 네 가지 범주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구체적 죄목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30여 개에 달합니다..

이 중 핵심은 강제징용 소송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에 관한 혐의들입니다.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줬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주고 청와대·노동부를 거쳐 사건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가 접수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습니다.

임 전 차장은 국회의원들의 재판 청탁을 들어준 혐의, 특정 법관을 사찰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로도 2019년 추가 기소됐습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선고는 내년 2월 5일 이뤄집니다.

2018년 11월 구속기소 이후 5년 2개월여 만에 나오는 1심 판단입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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