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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보다 10분 일찍 오는 게 당연? '라떼와 다른' MZ의 문제일까요

[갑갑한 오피스] (글 : 이진아 노무사)

스프 갑갑한 오피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출근시간을 지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A는 입사 첫 주, 팀장에게 소환되어 쓴소리를 들었다. 팀장이 한 말의 요지는 출퇴근시간을 잘 지키라는 것이었고, 근무시간이란 온전하게 일에 임하는 시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출근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시간보다 최소한 10분 전에 출근하여 근무할 준비를 마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퇴근도 마찬가지로 근무시간까지 일을 하고, 그 이후로 마무리 정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입사 한 주 내내 출근시간인 9시에 딱 맞춰 사무실로 들어오고, 퇴근시간 전에 업무 마무리를 한 후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사무실을 나서는 A의 태도는 아무리 조직생활이 처음이어도 너무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라고 나무랐다. A는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처음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싶지 않아서 말을 덧대지 않았다.

스프 갑갑한 오피스
그래서 그 이후 A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5분 일찍 출근하고, 5분 늦게 퇴근을 했다. 다만, 그런 A의 노력이 팀장의 눈에 찰 리 없었다. 팀 회의 때 A보다 연차가 1년 더 높은 직원 B를 언급하면서 “B는 입사하고 나서 한참 동안 30분 일찍 출근해서 선배들 자리 정리도 하고 사무실 환기도 해놓더라”며 “그건 배울 자세가 됐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렇게 업무성과도 나는 거다”라며 B가 업무성과를 낼 때마다 꼭 ‘30분 일찍 출근’했던 일을 언급했다.

이에 굳이 “A도 이런 모습은 배울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보탰다. A가 성과를 낼 때엔 “회사 생활이라는 게 성과만 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팀장은 B와 차별적이고,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그 해 성과평가에서 B는 ‘A등급’을, A는 ‘C등급’을 받았다. 신입직원들이 독자적인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아서 대부분 B등급을 주는 회사 내부의 공공연한 룰과는 다른 결과였다. 

A를 안쓰럽게 여기던 팀의 다른 선배가 “팀장 눈 밖에 난 거 힘들지 않냐. 그냥 한 반년만 좀 더 일찍 출근하는 게 어떠냐. 내년도 같은 팀에서 일해야 하는데 내년 평가도 C등급 받고 싶냐”라고 조언을 했다. 하지만, A는 그런 조언이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팀장의 태도도, 팀장의 그런 태도를 만류하지 않는 다른 팀원들의 침묵도, 팀장이 아닌 자신에게 행동을 고치라고 하는 조언도, A의 회사생활을 더욱 갑갑하게 만들었다. A는 결국 사내 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출근시간 논쟁은 요즘 커뮤니티에서도 ‘MZ 신입사원’과 일하기 힘든 선배들의 토로들 속에서 자주 눈에 띈다. ‘10분 전 출근은 불문율 아닌가요?’, ‘출근시간은 당연히 출근해서 일할 준비를 마치고 모니터를 켜서 확인하는 시간 아니었어요?’, ‘저는 신입 때 5년 차까지는 늘 1시간 일찍 출근했어요’ 식의 소위 ‘라떼 고백’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여기서 정리해 보자. 이미, Z세대들이 신생아이거나,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대법원은 이렇게 출근시간을 정의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출근시간은 근무 장소에 도착하는 시간으로서, 작업 준비 시간을 거쳐 작업에 착수하는 작업 개시 시간과 같지 않다(대법1992.9.22.92도1855)]
 

‘관행’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나에게 당연했다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것.

예전에는 당연했다고 해서, 지금도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것.


이쯤은 이제 누구나 공감할 법한 말들이다. 그럼에도 회사생활에서 우리가 자주 잊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껏 사내에서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들인 ‘관행’의 벽은 높고 두텁고 단단하다. 그러한 관행을 바꾸는 것은 관행의 벽을 넘거나 부수는 것이기 때문에 쉬울 수가 없다. 구성원들 대부분이 이미 그 관행에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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