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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외국인과 공생, 눈앞에 닥친 현실" 일본 초대 이민청장의 직언

일손전쟁③ 사사키 쇼코 초대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장 인터뷰

"단순히 돈으로 외국인을 끌어모으는 시대는 지나갔다. 더 이상 급료 차이로 일할 나라를 선택하지 않는다."

이민 정책에 폐쇄적이라고 평가받던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외국인과의 공생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 이민청 격인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신설하고, 외국인에 대한 관리를 넘어서 이들의 지원 사업을 담당할 통합 관청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생'입니다. 외국인 수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인정한 겁니다. 구성원의 생각과 제도 변화를 '수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가는 중심에 출입국재류관리청이 있습니다. 이민 정책의 컨트롤타워 격입니다.  SBS 일손전쟁팀은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초대 청장을 지낸 사사키 쇼코 전 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퇴임 후 현재 공익재단법인 입관협회에서 활동하며 ‘다문화 공생사회’를 향한 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도쿄 신오쿠보역 인근에서 40분 정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싣습니다. 인터뷰는 현지 통역의 도움을 받았으며, 전반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의역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사키 쇼코 출입국재류관리청 초대청장

Q. 한국과 유사한 인구 구조를 가진 일본은 앞서 2019년 4월 법무성 산하 이민청 격인 출입국 재류관리청을 신설하며 외국인 정책에 큰 변화를 줬습니다. 
A. 2018년 일본 정부는 외국 인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대한 각료 회의를 가졌습니다. 외국 인재를 담당하는 부서가 다 흩어져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종합 조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법무성 산하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신설했습니다. 단순한 외국 인력에 대한 관리를 넘어서 '재류 지원'을 정부의 정책 목표로 구체화한 겁니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출입국재류관리청은 크게 출입국관리부와 재류관리부로 나뉩니다. 출입국관리부는 기존의 외국인 출입국 심사 및 불법 체류 단속 등 업무를 관장하고, 재류관리부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과 연계해 외국인 체류 관리와 지원 사업을 수행합니다. 청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습니다. 입국심사관 등 인력도 전폭적으로 늘렸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은 외국 인력 관리와 귀화, 이민 등 사회 정착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드는 추세입니다.  
 

Q. 초고령 사회에 직면한 일본은 적극적으로 외국 인력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이민청 설립 등 논의가 제자리걸음입니다. 노동력 부족 해결을 위해서는 이민 정책 확대보다 저출산 해결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본은 재류관리청 설립과 관련한 어떠한 국민적 합의 혹은 논의가 있었나요. 
A. 국민적 합의를 따로 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중간 레벨'의 외국인력을 받아들이기 위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다문화 공생사회'가 일본이 나아갈 길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있었습니다. 이를 위한 여러 제도적인 변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재류관리청이 신설됐습니다. 이민청 설립에 있어서 여론의 찬반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외국인을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대단히 높았습니다. 

Q. 외국인 정책을 통합하는 관청이 생긴 셈인데,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A. 일단 정부가 일체감을 가지고 외국인 정책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청을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 유입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를 통합하는 기관이 설립된 것이고 앞으로도 이들을 위해 계속 변화할 것입니다.

Q. 일본은 외국인에 대해 한국보다 더 배타적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외국인 수용에 대한 특별한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 있었는지요. 
A. 사회 구조가 급속히 변화한다는 것을 일본 구성원 전체가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수용에 대한 찬반 의견이 있지만 정부는 이를 정책적으로 종합해 해결 과제를 찾아가는 상황입니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2040년까지 매년 20만 명 이상 일본에 재류하는 외국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2년 말 기준 307만 명 수준인 외국인 숫자가 2040년에는 670만 명까지 증가할 걸로 예상됩니다.  후생노동성 산하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현재 수준의 외국인 증가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67년에는 총인구의 10.2%가 외국인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에게 가장 엄격한 나라로 통하는 일본의 변화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Q. 향후 일본이 이민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지요.
A. 외국인과 일본인은 일단 급료가 같습니다. 이건 법으로 규정된 겁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매력 만으로 외국인을 이끌어오는 시대는 지났다는 겁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향후 일본 사회에 '얼마나 잘 적응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하는 일을 그냥 단순노동이라고 치부하면 안 됩니다. 일본 사회에 이들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을 선택할지 일본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결국 외국인에 '선택받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나라 전체가 움직여야 합니다. 급료의 차이를 넘어서 외국인으로부터 일본은 '선택받는 나라'가 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30년 넘게 유지해오던 기능실습제를 폐지하고 내년부터 '외국인 신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민 정책의 큰 틀을 또 한 번 손보는 겁니다. 더 많은 외국 인력 유입을 위한 재류 기한 2년의 신제도를 신설하고, 일정 일본어 능력과 기능이 있으면 이직에 제한을 두지 않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외국인이 일본에 들어오기 전 송출 기관에 대한 지불 수수료를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일본 기업이 부담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이민 사회의 밑그림, '다문화 공생사회'는 이런 고민이 모여 보다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거리

Q. 일본이 추구하는 다문화 공생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A. 2006년부터 일본 정부는 다문화 공생 사회 플랜을 추진해왔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수용과 관련해 사회 정치 및 문화적 배경이 다른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은 모든 나라가 고민이 될 것입니다. 외국인이 선택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닌 국가가 되는 것이 일본이 직면한 인구 관련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결국 외국 인력 확보 역시 '사람이 오는 일'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 현지 일본어 통역 : 이영웅, 스크립터 :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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