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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도 외롭다…홀로 떠나간 이들, 마지막 존엄을 위한 조건

<앵커>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들을 위해 제3자가 장례를 치르는 제도가 있습니다. 한 해 무연고 사망자가 5천 명에 달하는데, 정작 이 제도는 잘 활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민준 기자가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국화에 둘러싸인 영정.

상주 자리는 비었지만, 드문드문 조문객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합니다.

[조문객 (이웃) : 본인이 땀 흘려 번 돈을 이렇게 헌금도 하고, 돈이 없어서 담배 못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나눠주고).]

고인 A 씨는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무연고자'였지만, 서울시 도움으로 장례를 치렀습니다.

가족이나 친척이 장례를 치르는 게 원칙이지만, 지자체 같은 제3자도 장례주관자가 될 수 있도록 지난 2월 법이 개정돼 가능해진 겁니다.

하지만 A 씨는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느는데도, 무연고 장례식을 치른 경우는 통계조차 없습니다.

서울시가 치른 무연고 장례는 한 해 10여 건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무연고 장례가 활용되지 않은 이유는 장례비 부담 때문입니다.

장례 비용을 지원할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장례 주관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재금/서울시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현장실장 : 동사무소에 나오는 장제비는 거의 70만 원 수준이에요. (장례식 비용) 보통 기본이 6백~7백만 원입니다. 10배 정도 이렇게 늘어나는 비용의 문제 때문에….]

무연고 장례를 치르려면, 서류상 가족으로부터 시신 인수를 위임받아야 하는데, 연이 끊긴 가족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무연고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되면, 빈소를 차리지 못한 채 약식 절차만 거쳐 시신을 바로 화장합니다.

누구나 맞게 되는 생의 마지막 길에, 최소한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빈틈을 촘촘히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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