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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유동규 유도신문" 항의한 이재명 측 [이재명 '대장동 재판' 취재파일(6)]

요약

● 위례 개발 특혜 의혹, '이재명 보고' 여부 놓고 공방
-유동규 "이재명에 보고, 다른 사업도 남욱‧정영학 줘보라' 지시"
-이재명 측 "검찰이 기억 잘 안 난다는 유동규 유도신문"
-이재명 측 유동규 반대신문은 미뤄져…이재명 직접 '등판' 가능성도

'주 3 재판' 현실화…"당무 수행 어렵지 않냐" 질문에 묵묵부답


지난달 9일 첫 재판이 시작되고 일주일에 많게는 두 번씩 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8번째 공판이 열렸던 지난 화요일(22일)에도 여느 때와 같이 시계가 10시 20분을 가리키자 이 대표를 태운 검은 승합차가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직전 기일에 재판 부담을 호소하며 잦은 공판 일정을 조율해 달라고 요청까지 했던 이 대표 측. 이 대표가 직접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재판부에 호소하기까지 했었는데요. 매주 월, 수, 금 열리는 당 지도부 회의에 총선까지 다가오고 있는데 '주 3회 재판 출석'이 현실화된 상황. 이 대표는 이날 "제대로 된 당무 수행이 어렵다는 걸 실감하시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뒤로 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위례 사업, 이재명에 보고했다" 증언 놓고 공방

대장동 재판 출석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날 재판은 직전 기일에 진행됐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이 마저 이어졌습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위례신도시 개발 공모 절차 진행 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는데요. 유 전 본부장은 검찰 공소사실처럼 위례신도시 사업 과정 전반을 이 대표나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보고했다는 증언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위례 사업 의혹과 성남시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이 대표 지시나 묵인이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입장입니다. 위례 사업은 명백히 공사가 진행한 사업이고 일정 협의나 사업자 공고, 사업자 협의는 오롯이 공사가 주재했기 때문에 성남시가 공동참여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검찰은 유도신문 그만하라" 항의…검사석 응시한 이재명


재판이 시작되고 유 전 본부장이 호명돼 증인석으로 걸어 나왔지만, 이 대표는 증인석 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자료만 응시했습니다. 오전 재판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료에 밑줄을 그어가며 증인 신문 내용을 듣던 이 대표. 서류에만 머물던 이 대표의 시선이 검사석으로 옮겨간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대표 측 변호인이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부터였습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이 미래에셋 증권 컨소시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한 적 있느냐며 질문을 이어가던 과정이었는데요. 유 전 본부장은 "그대로 다 진행됐다는 정도로 얘기했을 것"이라며 "이재명한테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진상한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도 확신이 없으면 시키겠나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어지는 검찰 질문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갑자기 항의하고 나섰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는데 반복적으로 내용을 묻는 건 명백한 유도신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닌지 강력히 의심스러운 대목들이 있는데 그에 해당하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피의자 신문 조서를 보여주며 대답을 요구하는 건 전형적 유도신문이고 엄격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표는 검사석을 지긋이 바라보며 한동안 응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의 항의에 재판부는 "특별히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약간의 유도신문 성격이 있다고 해도 허용할 정도로 판단된다며 특별히 제한하거나 지적할 만한 게 없어 보인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오히려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자연스럽게 해도 된다"며 "보니까 신경을 많이 써서 말하는 것 같은데 본인 의견을 말하는 것도 증거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으니 신경 쓰지 말고 답변해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표 측이 앞선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의견과 사실을 섞어 말하는 등 추측성 답변을 내놓고 있다며 의견 진술 방식을 수차례 문제 삼았었는데, 판단은 재판부 영역이니 이에 과도하게 위축돼 답변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유동규 "이재명, '백현 마이스 사업도 남욱‧정영학 줘보라' 지시"

남욱 변호사

이후 유 전 본부장은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추진 당시 미래에셋증권이 컨소시엄에 빠지며 사업이 좌초할 위기에 처했을 당시 정진상 전 실장으로부터 "잘못되면 옷 벗을 각오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위례 사업을 강행하다시피 해서 진행했는데도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이 대표에게) 어마어마한 '데미지'가 있고 향후 추진하는 사업(대장동)에도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했다"며 정진상으로부터 "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남욱 변호사 등이 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부국증권과 호반건설을 끌어들여 수습한 상황을 이 대표가 다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위례신도시 사업 이후 추진된 일명 '백현 마이스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이 대표가 먼저 나서 남 변호사와 정영학 씨를 일종의 '해결사'로서 다시 접촉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민간업자들이 위례 개발 사업을 큰 잡음 없이 진행시키자, 이 대표가 다른 개발 사업도 이들에게 검토시키려 했다는 겁니다. (성남시의 백현 마이스 개발 사업은 분당구 정자동에 회의‧관광‧전시 등 복합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경에 추진하던 게 백현 마이스 사업인데,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과정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며 "투자를 먼저 결정하고 오라는 것인데 그러려면 방법은 외국인투자촉진법뿐이어서 고민하니 이재명이 '남욱하고 정영학 등에게 한 번 더 줘봐라'라고 이야기했다"며 "남욱 등이 살펴보라고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위례 신도시 사업 후 남 변호사 등이 2014년 성남시장 재선을 돕겠다고 한 점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보고를 듣고) 피식 웃었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피식 웃었다"고 전했습니다.

유동규에 "많이 힘들죠" 질문했던 이재명…이번에도 등판할까


이 대표 재판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혔던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이 대표 측 반대 신문은 분량상 이유로 이날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검찰 측 주 신문이 생각보다 길어졌기 때문인데요. (통상 증인신문의 경우, 증인을 신청한 쪽에서 먼저 신문을 하게 되는 데 이걸 주 신문이라 하고, 그다음 반대쪽에서 하는 신문을 반대신문이라고 합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4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유 전 본부장에게 자신의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던 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직접 증인 신문에 등판한 바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도 증인에게 캐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활동한 법조인답게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유 전 본부장을 강하게 몰아세웠던 이 대표.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고 운을 띄우면서 유 전 본부장과 법정 공방을 벌였습니다. 다음 대장동 재판은 오는 28일 화요일 예정돼 있는데요. 이 대표가 이번 대장동 재판에서도 직접 증인신문에 나설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오는 목요일(30일)에는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도 예정돼 있는데요. '대장동·위례 비리 의혹' 관련 사건들 가운데 핵심 인물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인 만큼 앞으로의 흐름을 짚어볼 만한 가늠자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유 전 본부장 진술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되는데요. 불법 대선자금 조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이 대표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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