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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9.19 합의' 파기…이제 무슨 일이 생기게 되나

[딥빽] 파기된 합의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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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밤 10시 42분,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정찰위성을 실은 신형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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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 TV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 1형은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정상 비행하여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습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응 조치를 지시하자,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효력을 22일 오후 3시부터 정지시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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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국무총리

국가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지극히 정당한 조치입니다.

북한은 하루도 지나지 않은 23일 오전,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며 그 책임을 남측에 돌렸습니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이에 국방부는 엄중 경고로 맞받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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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국방부 장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입니다.

지난 2018년 당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로 도출됐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비판도 받은 9.19 군사합의. 이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고, 또 이 합의의 파기로 인해 우려되는 상황은 무엇일까요? 

 

9.19 남북군사합의서란?

우선, 9.19 남북군사합의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제2조 내용, 즉,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위험 해소'를 남과 북이 서로 이행한다는 것을 약속한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입니다.

이 합의는 총 6조 22개 항으로 만들어졌는데, 남북 양측의 군사력 규모를 직접 줄이는 것은 아니지만 훈련, 기동, 배치, 작전 등 운용적인 면을 통제함으로써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진 합의입니다. 말하자면, 서로 대치 중인 남북한 군대를 서로 더 멀리 떨어뜨려서 배치하고, 지상, 해상, 공중의 특정 구역에서 서로 여러 종류의 군사 활동 하지 말자, 이렇게 약속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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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군사분계선의 남북으로 각각 5km 이내를 지상 완충구역으로 설정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모든 포병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의 야외기동 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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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금지구역도 설정돼 있습니다. 전투기, 정찰기와 같은 '고정익 항공기'는 군사분계선에서 서부 20km, 동부 40km 내에서 비행이 금지되고, 헬기와 같은 '회전익 항공기'는 10km 이내, 무인기는 10~15km, 기구는 25km 내에서 비행이 금지됩니다. 또,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 훈련도 해당 구역에선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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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해 평화수역 등 해상 완충구역도 설정돼 있습니다. 서해와 동해의 북방한계선 NLL을 중심으로 한 해상 완충구역에서는, 해양기동훈련과 포 사격이 금지됐습니다. 해안포와 함포의 포신 포구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은 폐쇄하기로 합의됐습니다. 

즉, 9.19 군사합의의 주요 내용은 남과 북 모두 현재의 군사력은 그대로 두더라도, 훈련 등을 금지시켜서 군비를 통제한 합의 내용인 것입니다. 

물론 한계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은 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군사합의라는 게 기본적으로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을 줄이고 또 더불어서 최소한도의 신뢰 구축을 위한 첫 단추가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런 형태의 군사합의는 1조 3항처럼 서로 간에 못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간에 더 보도록 만들어야 돼요. 미국·소련 간에도 수도 없이 있는 합의를 보면 서로 간의 능력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더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많아요. 다만, 1조 2항, 특히 해상에서의 NLL (완충지역 설정)은 의미가 있죠. 왜냐하면 사실상 그 후에는 해상 충돌이 없었으니까요.
 
한용섭|국방대학교 전 부총장

우리가 재래식 분야에서 좀 양보를 해주면 북한이 핵에 대해서 좀 비핵화로 가지 않겠느냐 여겼던 것인데, 사실 그 자체가 우리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안보 위협을 제대로 다 다루었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죠.

또, 남북 사이에 연속적인 대화나 접촉, 그리고 상호 검증과 확인 장치 없이, 남북한 군대를 격리시키는 군사제한조치의 이행을 일방의 의지에만 맡겨놨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습니다. 그래서 신뢰 구축을 위해 서로 대화와 접촉을 늘리고, 검증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들이 있어왔는데, 이번 북한의 합의 파기로 당분간은 실현이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합의 파기로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군사분계선 등을 중심으로 한 지상, 해상, 공중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는 게 저희에게 자문해 준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9.19 군사 합의를 두고 '우리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진 특정 조항이 있기 때문에 한국 안보에 딱히 실효성이 없다'거나, 또는 '북한이 위반을 자주 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합의가 유야무야 됐던 것과 대놓고 파기가 된 건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파기를 선언한 것은 이제는 아주 적극적으로 9.19 군사합의를 무효화하고 이전에 했던 것들을 과시적 형태로 보여주겠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또 그것을 통해서 파괴의 책임을 한국에 묻겠다는 그런 정당성 싸움을 걸어올 가능성도 높은 것이죠.

특히, 북한이 마치 명분을 기다렸다는 듯 하루도 채 안 돼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향후 크고 작은 도발을 감행할 개연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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