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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씨네멘터리] 머리 좀 밀었다는 황정민…12.12 다룬 영화 '서울의 봄'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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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이주형 / SBS 논설위원
"'서울의 봄', 12·12 군사반란 현장감 있게 다뤄…영화적 완성도 높아"
"'서울의 봄', 정우성·황정민 등 연기력 뛰어난 주조연 배우들의 앙상블 영화"
"'괴인', 우리 모습 돌아보게 하는 현실 닮은 이야기…여운 주는 영화"
"'빅슬립', 30대 공장 노동자·가출 청소년의 치유 담아"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아래 기사 내용과 라이브 방송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Q. 오늘은 소개해주실 첫 번째 영화는 ‘서울의 봄’이네요. 요즘 화제가 되는 있는 영화죠?

시사회에 가서 영화를 보고 이 영화는 뉴스브리핑에서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드는 영화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하는 영화는 제 취향이 전혀 안들어가지는 않겠지만 대중성과 작품성, 다양성 두루 고려해서 선택을 하는데요, “서울의 봄”은 2시간2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끝난 뒤에 이 영화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던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 영화 중에서 가장 영화적 완성도가 높은 영화입니다.

Q. ‘서울의 봄’이라는 제목이 낯설지가 않아요. 40여 년 전에 일어난 한국 현대사의 아주 중요한 국면을 다룬 영화일 거 같은데요, 맞습니까?

맞습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0.26. 사건으로 유신 체제가 무너진 뒤에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신군부에 의해 짓밟힐 때까지, 군사독재 이후 오랜만에 한국에 민주화의 희망이 찾아왔던 기간을 일컫는 말이죠. 그런데 영화 “서울의 봄”은 이 기간 전체를 다루는 것은 아니고, 박 대통령 시해부터 12.12.라고 불리는 군사 쿠테타의 시간을 조명합니다. 

편 앵커도 잘 아시겠지만 10.26.사건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육사 11기를 주축으로 한 군내 불법 사조직인 하나회를 등에 업고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자, 자신을 좌천시키려던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국방장관이나 대통령의 사전 재가를 받지 않은 채 체포하고, 후방은 물론 전방 병력까지 동원해서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상징되는 진압군을 물리치고 권력을 차지한다는 내용을 긴박감과 현장감 넘치게 그렸습니다. 영화 쪽 용어는 아니고 오디오 쪽 용어를 끌어다쓰자면 ‘임장감’ 넘치게 그렸습니다.

노장이죠, “아수라”이후 7년 만에 신작으로 들고 돌아온 김성수 감독은 왜 모든 사람이 이미 결론을 알고 있는 이 역사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는지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김성수 감독 "우리나라 그 군부가 이렇게 쉽게 무너졌나 그것도 하룻밤 만에 너무 좀 약간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그런 대담한 작전을 하고 또 이제 그런 그런 세력들의 담대함과 무서움도 컸지만 너무 대응하는 방식도 좀 너무 허술하게 무너진 게 아닌가 그런 안타까움이 있었고 이거를 그냥 다큐멘터리처럼 찍기보다는 제가 상상력을 가미해서 그제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79년 12월 12일을 다시 재미있게 보여주면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이제 무겁지 않게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좀 약간 자신감이 생겨서 그래서 하게 됐습니다.

Q. 이 영화가 주목되는 부분은 어떤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았나인데요, 전두환 역할과 장태완 역할을 황정민 씨와 정우성 씨가 맡았어요? 예고편을 보니까 황정민 씨는 헤어스타일이 실제 인물과 상당히 비슷하던데요.

황정민 씨에게 직접 들었는데 평소 본인 머리 위에 특수 분장을 뒤집어 쓴 게 아니라 실제로 머리를 좀 밀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배우 본인이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영화에서는 전두광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배역에 몰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황정민 씨 연기가 늘 비슷하다는 평도 없지는 않잖아요, 사실 같은 배우인데 본래 모습과 연기 톤이 어디 가겠어요, 하지만 이번 배역은 영화의 메인 빌런으로서 과하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정민 씨가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 직접 들어보시죠.

황정민 배우 "수리남의 전유환 목사도 있고 악역으로 치면 제 작품들 중에 아수라에 박성배도 있고 수많은 악역이라는 걸 역할을 해오면서 좋아 이 작품으로 또 악역의 끝을 한번 보여주는 건 어떨까라는 그런 또 관객들하고의 어떤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탐욕이라는 단어가 저 인물을 통해서 정확하게 드러나는구나. 그러니까, 저는 탐욕스럽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그 몸의 기운의 탐욕이라는 게 보여지는 게 전두광의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전두광에 맞서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은 정우성 배우가 맡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잘 생겨서 오히려 손해를 보던 정우성 씨가 중년에 이르러 자신의 연기톤과 틀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헌트”도 괜찮았지만 “서울의 봄”에서의 정우성 씨 연기가 더 진정성있게 느껴졌습니다. 정우성 배우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꼽힐 거 같은 영화입니다. 인터뷰 보시죠.

정우성 배우 "사실 이태신처럼 이렇게 막연한 캐릭터는 없었던 거 같아요. 어 진짜 그 벌판에 혼자 내던져진 기분이었죠. 전두광이라는 인물에 대립되는 이태신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차분하고 조용하고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외로울 수밖에 없고 그리고 뭔가 이렇게 유혹적인 어떤 말과 행위가 없기 때문에 그를 따르는 사람도 별로 없을 수도 있죠. 그 묵묵함의 무게 그 묵묵함이 이루어졌을 때의 그 숭고함 그런 모습이 좀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봄”은 황정민, 정우성 배우가 주축이 돼서 끌고 가기는 하지만, 아주 잘 다듬어진 앙상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배우가 육참총장, 9사단장, 헌병감을 맡아서 열연했구요. 이 밖에도 상업영화와 독립 영화에서 주조연급으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던 수많은 배우들이 많지 않은 대사 분량에도 불구하고 총출동해서 미장센을 꽉 채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Q. 그런데 저는 이 영화가 실제 역사와 허구를 어떻게 결합했는지도 관심이 가요.

감독은 이 영화가 픽션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두광, 노태건 같은 배역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실화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고, 다만 이태신 장군 관련 이야기는 픽션이 많이 가미가 됐습니다. 김성수 감독은 79년 당시에 제작된 영화나 뉴스에서 구체적인 앵글이나 미장센을 차용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 영화가 현장감과 몰입감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터뷰 때 김 감독은 몇 %가 실화고 몇 %가 허구냐고 묻자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하는데 사실과 허구가 몇 %씩이라고 나누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이 정답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Q. 지난 방송 때도 얘기했지만, 한국 영화가 침체기잖아요? 다음 달에 김한민 감독의 ‘노량’도 개봉한다고 하는데, ‘서울의 봄’이 한국 영화계가 올해 보여주고 있는 극심한 흥행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가 될 수 있을까요?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폭발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수치이긴 하죠. 코로나 전같으면 기본 500만에서 700만, 잘 나오면 천만영화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포스의 영화인데요…이번 주말을 지나봐야 흥행의 정도와 향방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40대 이상에게는 잘 알려진 실화, 역사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기시감이 있지만, 반대로 그걸 영화로 어떻게 풀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고, 그걸 완성도 높은 영화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호응을 얻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젊은 세대는 이 사건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만큼 더 영화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영화적인 재미가 있고요.

다만, 영화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군의 조직과 계급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좀 필요한데요, 군대 갔다온 남성들의 경우는 큰 어려움은 없는데, 여성들에게는 군 편제, 계급, 직책 등등이 좀 생소할 수 있거든요. 또 거의 남성들만 나오는 남성적 시선의 영화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들이 이 영화의 흥행 확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여성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설지가 저도 굉장히 궁금한 대목입니다.

Q. 자 이제 다음 영화로 가시죠. 이번에는 어떤 영화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독립 예술 영화 차례죠?

네, 오늘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관왕을 했던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두 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2주전쯤 개봉한 “괴인”이라는 영화입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인 감독에게 주는 뉴커런츠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을 한 화제작입니다. 

‘괴인’이라는 제목들으면 어떤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세요? 이를테면 장르랄지…

이정홍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고요,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우리 중에 누가 과연 괴인인가 라는 질문으로 던지는 영화입니다. 간단하게 줄거리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테리어 목수인 주인공이 피아노 학원 개업 공사를 하는데 어느 날 건물 앞에 세워둔 승합차 지붕이 찌그러진 걸 발견합니다. 주인공이 세들어 사는 집 주인이 이 얘기를 듣고는 범인을 찾으러 피아노 학원에 밤에 가보자고 부추겨서 가보는데 거기서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범인으로 보이는 인물을 발견하지만 놓치고 맙니다.

그런데 나중에 길을 가다가 우연히 어떤 젊은 여성과 마주치는데 이 여성이 아무래도 범인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증거가 없죠. 그런데 이 청소년이 자기가 그랬다면서 물어주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숙자 신세라 돈이 부족하죠. 그래서 주인공 기홍은 그럼 됐으니까 밥이나 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집 주인은 뭘 밖에서 먹냐, 집으로 먹을 걸 사가지고 와서 술 한잔 하자고 합니다. 다 좀 이상한 사람들이죠.

이 영화의 카피가 ‘당신도 나처럼 이상하잖아요’입니다. 그래서 제목은 괴인입니다. 개개인은 어떻게 보면 참 이상한, 이상하다기보다는 각자가 특이하고 독특한 사람들인데, 겉으로는 다 똑같은 것처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시덥잖아 보이는 사건과 에피소드, 대사들로 들여다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한 명 빼고는 대부분의 배우가 프로같은 아마추어인 영화, 모든 이야기가 맥거핀이자 주제인 영화, 어리둥절한 채 극장 문을 나서지만 며칠 뒤에도 생각나는 영화, “괴인”입니다.

Q. 그렇군요. 다음 영화도 이어서 소개해주시죠

네, 이번 주에 개봉한 김태훈 감독의 데뷔작 “빅슬립”이라는 영화인데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과 올해의 배우상 등을 받았습니다.

줄거리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30대 공장 노동자 길호는 아침에 자신의 집 앞 평상에서 자고 있는 가출 청소년 기영을 발견합니다. 자신도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길호는 기영이를 집으로 불러들여 밥을 먹이고 재웁니다. 그러나 결코 친절하거나 마냥 호의적인 시선으로 대하지는 않죠. 

기영이 자신이 불쌍해보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합니다. “뭐가 불쌍한데? 네가 불쌍한 척하면 불쌍해지는 거야? 너 어디 가서 불쌍한 척 하지마 인마.”

기영도 길호에게 덥썩 마음을 주지 않습니다. 빌붙어 사는 주제에 불량 청소년들을 길호네 집에 불러들여 난장판을 벌이고 못된 짓을 하기도 하죠. 서로의 처지를 알기에 마음을 나눌 법한 두 사람은 결코 쉽게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면서 관계를 맺어나갑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아름다운 결말이나 손쉬운 전개와 타협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솔직히 남의 인생 잘 모르잖아요. 함부로 얘기할 수도 없고,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아볼 수도 없고요. 영화라는 매체는 그런 소통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중우주만큼이나 많은 타인의 인생을 경험하게 해주는데요,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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