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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신라 '금석문의 보고' 성류굴…첫 학술 전수조사

태고의 자연이 신비로운 자태를 자랑하는 울진 성류굴.

입구에서 230미터를 들어간 제8광장 석주에 해서체로 새긴 스물다섯 자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서기 560년인 경진년 6월에 진흥왕이 이곳을 다녀갔고 보좌한 이가 50명이었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2019년 이 명문을 포함해 당나라 연호와 간지가 발견됐고, 신라 승려 이름으로 보이는 범렴과 법흥왕 때 설치된 병부의 실무자 관직인 병부사 글자도 드러났습니다.

여러 화랑의 이름과 함께 화랑도의 별칭인 향도도 나왔는데, 이처럼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옛사람들의 글이 무더기로 발견돼 학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단순히 자연유산인 줄 알았던 성류굴이 수많은 문자 자료를 간직한 '금석문의 보고'로 확인된 겁니다.

[심현용/울진군 봉평리 신라비 전시관장 : 1광장부터 12광장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현재 많고요. (수중 조사한 전문가들이) 물속의 벽면에도 글씨 같은 게 있다고 증언을 하고 있거든요.]

국가적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문화재청이 내년부터 성류굴 명문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합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2027년까지 진행되는데, 드러난 명문을 모두 조사해 촬영과 3차원 스캔을 하고 지표와 수중 조사를 통해 새로운 명문도 찾을 계획입니다.

[전경효/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 : 흔히 말하는 발굴조사는 많이 진행해 봤는데 실제 동굴 안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조사를 앞두고 성류굴 명문을 주제로 마련한 학술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더 많은 명문이 나와 성류굴의 새로운 가치를 확인하기를 기대했습니다.

[주보돈/경북대 명예교수 : 9백m에 달하는 석회암 동굴이 이렇게 많은 문자가 적어도 1천5백 년, 2천 년 동안에 걸쳐(새겨져서) 꾸준하게 사람의 관심을 끌어왔던 적은 없었고요. (조사를 통해) 전모가 드러나면 세계적 명소가 되지 않겠나…]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수많은 삶의 흔적을 담은 울진 성류굴, 내년부터 진행될 전수조사에서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은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취재 : 박철희(TBC), 영상취재 : 이상호, CG : 김유진,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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