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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바다, 멸종을 경고하다…산호초 · 어종 개체수 급감

<앵커>

최근 UN이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가 3도 가까이 오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올해 7월은 역사상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됐는데, 초록별로 불렸던 지구가 뜨겁게 달궈지면서 이제는 '붉은 지구'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오늘(23일)부터 붉은 지구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그 첫 순서로 오늘은 지구 온난화가 불러온 생태계 변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호주 앞바다를 살펴보겠습니다.

서동균 기자입니다.

<기자>

호주의 3대 도시 브리즈번.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나간 뒤 푸른 바닷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울긋불긋한 색상의 다양한 물고기들이 사는 이곳은 대규모 '산호초' 군락지입니다.

산호초 주변에서 먹이를 찾는 거북이.

사람 크기만 한 대형 가오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고기들을 뒤로하고, 산호초를 더 자세히 관찰해봤습니다.

그런데, 곳곳에서 죽은 산호초들이 보입니다.

살아 있는 산호초 주변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함께 있지만, 죽은 산호초 주변은 황량하기만 합니다.

[서동균/기자 : 이건 산호가 죽은 모습인데요. 수온이 오르면서 색깔을 잃어버린 채 이렇게 뼈만 앙상하게 남아버렸습니다.]

태풍 등의 기상 재해와 함께 수온 상승에 따른 백화 현상이 원인입니다.

산호초는 세포 속에 '공생조류'라는 생물을 품고 있습니다.

이 공생 조류는 산호초의 보호를 받는 대신 광합성 산물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수온 상승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산호초가 공생 조류를 내보내고, 곧 하얗게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존 판돌피/퀸즐랜드대학교 지구환경과 교수 : 지구 전반의 온도가 너무 높아져서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라리냐 해에도 산호초들에 많은 열 스트레스가 가해졌습니다.]

백화 현상으로 산호초가 죽어가면 그 여파는 다른 생물들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집니다.

산호초에 몸을 숨긴 곰치부터 가오리과의 동수구리와, 심지어 취재 중에 만난 상어까지 모두 산호초 지대에서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받기 때문입니다.

실제 산호초 주변 상어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 바다의 경우 아직 아열대 산호초가 늘어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해수온 상승 속도가 세계 평균의 2.5배에 이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김승태,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김정은·조수인·제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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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닷속 생태계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 것은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산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양 생물이 갈수록 숨쉬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뿐 아니라 바다에 산소를 순환시키는 해양 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계속해서 서동균 기자가 취재한 내용 함께 보시겠습니다.

<기자>

호주 동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락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입니다.

면적 20만㎡에 400여 종의 산호뿐 아니라 5천여 종의 해양 생물이 사는 곳입니다.

[서동균/기자 : 산호초 지역은 이런 거북이와 같은 해양 생물들에게 양분과 서식지를 공급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 수온을 살펴보니 여름철에 평균 28도를 넘기는 해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바닷속 산소량인 용존 산소량도 줄고 있는데, 기체는 온도가 높을수록 액체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온도가 오르면 산소를 이용하는 미생물 활동도 활발해져 산소는 더욱 줄게 됩니다.

[앤서니 리차드슨/호주연방 과학산업연구기구 교수 : 수온 상승으로 인해 산호는 백화 현상, 어류들은 극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해양 생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결국 개체수 감소로 이어집니다.]

더 큰 문제는 바닷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심층수 순환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극해의 바닷물은 수심 4천m 심해로 가라앉은 뒤 전 세계를 돌며 산소를 공급합니다.

그런데, 1994~2017년 사이 남극 심층수가 운반하는 산소량이 28% 감소했습니다.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의 염분이 낮아지자 담수화된 바닷물이 제대로 가라앉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김동선/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연구부 박사 : 심층수 감소는 결국 해양 심층으로 공급되는 산소의 양을 감소시켜서 결국 전 세계 해양으로 공급되는….]

우리나라 동해 심층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라앉은 심층수가 돌면서 산소가 공급되는데, 최근 기후 변화로 수심 500m의 산소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인성/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박사 : 용존 산소 농도가 감소하는 폭이 전 세계 대양에 비해서 굉장히 빠르고 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양 생물들의 생존에 향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심층수는 깊은 심해에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심층 순환이 둔화하면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김승태,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김정은·조수인·제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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