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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2023년은 어땠나요? 저부터 말씀드리면

[사까? 마까?] 2023년, 올해의 소비생활 연말정산 (글 : 권정현 작가)

스프 사까마까 썸네일
어느새 지구가 태양 주위를 거의 한 바퀴 돌아 마지막 코너를 달리고 있다. 며칠 후면 12월, 올해도 딱 한 달이 남았다. '오늘 하루'나 '한 해' 같은 관념은 우주의 관점에서는 기약 없는 시간의 흐름을 인간이 제멋대로 쪼개 의미를 부여한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인간이 태어나 40년쯤 살게 되면 더 이상 '무엇에 홀려 정신을 잃지 않는다(불혹. 不惑)'고 살아갈 용기를 준다거나, '연말'이나 '새해'처럼 의미가 담긴 구분이 있는 것이 좋다.

특히 처음과 끝이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 한 해가 나한테 어떤 의미였는지, 연초에 설정한 목표가 말도 안 되는 과욕이었는지, 야심찬 자기 선언이었는지 그 결과를 연말에 점검하고, 실패나 성공 원인을 복기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죽을 때까지 다이어트"라는 무서운 목표가 아니라, "올해 체지방 1kg 감소"라는 조금 덜(?) 무서운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아무튼, 지난해에도 밝혔듯이 나는 연말에 '소비생활 연말정산'이라는 것을 한다. 하는 방법은 작년 1월 1일에 쓴 글인  〈2022년 한 해 내가 잘 산 아이템들〉 편을 참조하시라. 작년에는 연말정산의 〈기초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소개했다. 한 해의 소비를 '잘 산 아이템', '후회되는 아이템'으로 나누어 그 목록을 정리하는 일이다. 특히, 친한 친구들끼리 송년회, 신년회 등에서 공유하면 재미있으니까 한 번도 안 해보신 분이라면, 올해 꼭 해보시라고 하고 싶다.

스프 사까마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는 작년보다 한 달 빠르게 소개하는 만큼, 연말정산 〈종합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활동을 하는 목적은 같다. 내가 어떻게, 어디에 돈을 쓰는 것이 나를 더 만족시키는지 알게 하는 과정이다.

"내가 2023년 한 해 동안 이러이러한 목표를 세웠었구나.", 그 결과 "이러저러한 것을 하려고 노력했구나", "그래, 이렇게 저렇게 쓴 돈은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고 생각하는구나", "아! 더 이상 이런 데는 돈을 많이 쓸 필요는 없겠다" 뭐 이런 느낌을 느껴가면서, 스스로를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없고, 여러분들은 이 목록을 공개할 필요도 없으니 정말 그냥 솔직하게 느껴지는 감정대로 쓰면 된다. 이런 기록들이 1년, 2년 쌓이다 보면 몇 년 뒤, 그동안 내가 어떻게 변하고 있었는지 지켜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 역시 올해도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독자들을 위해 밝힌다.

2023년 나의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1. 근력 운동하기

2. 비타민 잘 챙겨 먹기

3. 링크드인이라는 것을 해보기 (이력서 업데이트)

4. 옷 안 사기! (중고로 좀 팔기), 비우는 삶!

5. 〈사까 마까〉 연재 꾸준히 쓰기 (1년 목표!)

6. 영어/프랑스어 공부하기

7. 블로그에 글을 한 편이라도 쓰기

8. 그동안 사재꼈던 책 읽기

9. 1년 적금 꾸준히 들기

10. 마음을 계속 괴롭히고 있는 일 마무리하기

이 중에 완벽히 완수해 낸 것은 5번 〈사까 마까〉 연재를 꾸준히 1년 동안 한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활자 쓰레기를 더 생산해 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중간중간 들었지만, 비록 얼마 되지 않는 원고료라도 새로운 적금을 가입해 별도로 따로 모아 두는 바람에 그 재미로 계속할 수 있었다. 덕분에 9번 목표였던 '1년 적금 꾸준히 들기'도 성공한 것 같다.

목표 중 그래도 하는 시늉이라도 해본 것은 1번(근력운동), 2번(비타민), 6번(외국어), 8번(책 읽기)였다.

이들 모두 자본주의 키즈답게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었다. 근력운동을 위해 무려 30회의 PT를 끊었는데 현재까지 18회를 했다. 아니, 가기만 하면 누가 옆에서 잔소리하며 시켜주는 운동도 이렇게 하기가 힘들 일인가 싶다. 

'비타민 잘 먹기' 목표 역시, 비타민이 입에 안 맞아서 먹기가 힘든가 하고 '미국 비타민', '아이용 비타민', '젤리 비타민' 등을 사재끼며 비타민 유목민을 해보았지만 이 역시 완벽하게 지키기가 힘들었다. 

'외국어 공부'는 도저히 혼자 하면 안 할 것 같은 마음에 무조건 어디를 좀 '다녀야' 된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대사관 부속 어학원까지 다녀보았지만, '왔다 갔다'만 하고 복습을 잘하지 않아 여전히 남의 다리 긁는 수준이다. 없는 실력에 동기부여를 위해 그럼 자격증이라도 따겠다며 '단기 과외'까지 해가며 도전해 보았지만, 대개의 벼락치기의 말로가 그렇듯 수준 차이만 격하게 깨닫고 의기소침해하고 있는 중이다.

'밀린 책 읽기'는 그나마 좀 쉬운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내는 속도보다 추가로 책을 사대는 속도가 더 빨라 계속 쌓이기만 한다. 그럼 열심히 책을 읽으면 될 텐데 자꾸 유튜브만 보고 있는 자신을 또 한심해하면서 "그래, 시간이 없어서 그래. 들으면 좀 나을까?" 하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 그 마음에 '오디오 북'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구독했는데, 기계음이 읽어주는 책이 유튜브나 팟캐스트만큼 나의 도파민을 빠른 시간에 자극하지 못해 이 목표 역시 난항 중이다.

스프 사까마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 목표 중에 아예 실패한 목표는 3번(링크드인 가입), 4번(소비 줄이기), 7번(블로그 불씨 살리기)인데 사실 놀랍지도 않다. 왜냐면 '실패한 목표'는 무조건 내년으로 자동 이월하는데, 지금 이 세 개가 지금 수년째 내 연간 목표에 자리하고 있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만든 지가 오래되어서 그런지, 광고를 게시하면 돈을 주겠다는 솔깃한 요청이 가끔 들어오는데 타락(?)하는 마음이 들어 수락한 적은 없다. 왜 이리 글 하나 쓰기가 쉽지가 않은지, 노트북이 너무 낡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해보지만, 〈사까마까〉는 아이패드로도 잘 연재하고 있어 핑계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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